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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살기도 힘든데…" 영국 경제난에 두 번 우는 우크라 피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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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길가에 나앉을 위기에 놓였다. 반년 전만 해도 전쟁으로 고향을 등진 우크라이나인을 위해 기꺼이 안방을 내줬던 영국 시민 '네 명 중 한 명'이 이제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려 하면서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다 전 세계를 덮친 살인적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삶이 팍팍해진 탓이다. 정부 지원금을 두 배로 올려 이들의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집주인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난민을 향한 환영도 시들해졌다”며 우크라이나인 수용을 꺼리는 영국 가정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은 개전(開戰) 초기부터 피란민을 적극 받아들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쟁 발발 약 3주 뒤인 3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최소 6개월 이상 여분의 방이나 집을 제공할 경우, 정부가 월 350파운드(약 56만 원) 보조금을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1만5,000명, 약 2만5,000가구가 영국에 보금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최소 시한’이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계약 종료를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영국 통계청이 피란민 수용 프로그램에 등록된 영국인 1만7,7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5%는 당초 동의한 6개월 이상으로는 거주지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단순 계산만으로 3만 명 가까운 우크라이나인이 쉴 곳을 찾아 떠돌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영국 아이뉴스는 “정부나 의회 차원의 지원이 없을 경우 이 중 일부는 노숙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낯선 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던 이들이 마음을 바꾼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탓이다. 전체 설문 대상자 10명 중 3명(30%)은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난민 수용 능력에 ‘매우 많은(9%)’ 또는 ‘상당히 많은(21%)’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6개월 이상 수용을 원치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 중 23%는 “생활비 상승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실제 영국 경제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가스와 전기료가 치솟은 데다, 물가 폭등으로 실질임금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노동자들은 생계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끼니를 건너뛰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 물가상승률이 18%를 넘기며 5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로 일면식도 없는 난민들에게 선뜻 자신의 집을 내어주었지만, 결국 먹고사는 문제라는 냉혹한 현실에 부딪힌 영국인들이 냉정한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유로 불거진 문제인 만큼, 현실적인 해결 방안 역시 ‘돈’이다. 영국 정부의 난민 문제 책임자 리처드 해링턴은 재무부에 “가구당 지원금을 월 350파운드에서 700파운드로 두 배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다. 다만 재정 부담이 예고된 일을 ‘곧 떠날 총리’가 선뜻 손대긴 어려운 만큼, 지원금 인상이 실현되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텔레그래프는 “해당 사안은 (존슨 총리 후임을 맡을) 다음 행정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는 재무부 관계자의 유보적 입장을 전했다. 다음 달 5일 영국 신임 보수당 대표 및 총리가 뽑힌 후 새 정부가 안정권에 접어들어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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