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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핵전쟁' 하면 53억 명 '핵겨울'로 굶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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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핵 버튼을 누르면 전 세계 인구 3분의 2가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사성 낙진이 대기를 뒤덮으면서 발생하는 ‘핵겨울(Nuclear Winter)’로 세계 식량 생산이 급감하는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 위협이 연일 커지는 상황에서, 인류 최악의 무기 사용이 불러올 지구적 재앙을 과도한 우려로 치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앨런 로보크 미국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석좌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핵무기 보유국 간 전쟁이 발발하면 최대 53억4,100만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푸드’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①핵폭발로 발생하는 그을음과 먼지 양을 추정한 뒤 ②이것이 성층권을 덮으면서 초래하는 기후 변화와 식량 생산 감소 비율을 추산하고 ③이에 따른 기아 사망자 수를 예측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핵무기 90%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 사이 전면전이다. 올해 1월 기준 핵무기 보유국 9곳 가운데 러시아(5,977기)가 가장 많은 핵탄두를 지녔다. 이어 미국(5,428기) 중국(350기) 프랑스(290기) 파키스탄(165기) 인도(160기) 이스라엘(90기) 북한(20기) 순이다.
미러가 일주일간 서로 총 4,400기의 핵무기를 쏟아부을 경우를 가정하면 1억5,000만 톤의 그을음과 먼지가 발생한다. 방사능을 포함한 잿빛 하늘도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지만, 기후 변화가 불러오는 부작용은 더욱 잔인하다.
연구진은 햇빛 차단으로 지구 기온이 뚝 떨어지면 3, 4년간 세계 식량 생산량의 90%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굶어 죽는 인구는 지구상에서 53억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17세기 지구 대기근의 원인이 됐던 ‘소빙하기 시대’가 재현되는 셈이다.
핵폭발로 인한 직접 사망자가 3억6,0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5배 많은 사람들이 간접 영향을 받는 사실상 ‘인류 전멸’ 수준이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재활용하고 가축 사료용 곡물까지 동원해 굶주린 배를 가까스로 채운다 해도 50억8,100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국지적 핵 도발 역시 결과가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수년째 국경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일주일간 약 100여기 핵무기가 사용되면, 500만 톤의 재와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5년간 세계 식량 생산량이 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2억5,500만 명이 아사 상태에 놓인다. 양국이 500기의 핵무기를 꺼내 든다면 4,700만 톤의 그을음과 먼지를 일으켜 25억1,200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핵전쟁 규모에 따른 피해 정도를 구체적으로 예측한 사실상 첫 연구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폭발과 열, 방사능에 따른 직접 사망자보다 간접 사망자가 훨씬 많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자세한 사망자 예상치를 내놓은 보고서는 드물었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 핵 안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냉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형성된 핵전쟁 금기는 깨진 지 오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인사들은 연일 핵전쟁 위협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4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시험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러시아의 도발에 미국이 핵 카드로 맞붙을 경우 이번 보고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을 이어가면서 핵 참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UPI통신은 “자포리자 원전 공격으로 유럽에 핵 위협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 연구 결과인 만큼 더 눈에 띈다”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세계가 원전 방어를 위한 힘과 결단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며 서방이 핵과 관련한 대(對) 러시아 제재를 새로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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