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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쌀 정책의 현실을 돌아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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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쌀의 날’이란 걸 제정했다. 한자 ‘쌀 미(米)’를 파자(破字)한 8, 10, 8(八十八)에 착안, 쌀 농사에 여든여덟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마침 8월 중순은 매년 햅쌀이 출시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9월 본격 추수를 앞두고 쌀값을 둘러싼 농민과 정부의 마찰, 냉정히 말하면 부실한 쌀 정책에 대한 농민의 분노가 가장 격렬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올해 쌀값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곡물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4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 햅쌀이 출시되면 다른 정책적 개입이 없는 한 쌀값 하락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정 취지와 무관하게, 쌀의 날은 쌀(정책)의 현실을 새삼 들여다보는 날이 됐다. ‘민족의 얼’의 위상으로까지 떠받들리곤 하는 쌀(농업)에 대한 찬사들만큼 공허하고 역설적인 수사(修辭)도 드물다는 현실 말이다.
쌀은 소비량도 값어치도 격감해 왔다. 굳이 통계 추이를 들추지 않더라도, 산업화 이후 역대 정부가 도시에 비해 농촌을, 제조업에 비해 농업을, 도시 소비자의 물가안정 요구에 비해 생산자인 농민의 소득을 덜 챙겨 온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농협 등 농업 관련 단체들이 기회만 생기면 선전하는 쌀(농업)의 여러 공익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정부도 법제화한 ‘양곡관리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 산업의 시대적·사회적 난맥을 농협과 시장에 떠넘기려는 태도를 취해 왔고, 잉여 생산량의 공공수매 등을 통한 이른바 ‘시장격리’에도 대체로 인색했다. 그러면서도 쌀은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시장경제 논리에만 내맡겨 둘 수 없다는 이중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 결과가 이맘때의 쌀값 진통이다.
지난 6월 통계청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2021년 1인 평균 56.9kg의 쌀을 소비, 한 달 쌀값으로 커피 두어 잔 가격인 1만 원 남짓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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