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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더 받겠다’는 연금개혁 방안에 30대는 38%, 60세 이상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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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노후 보장, 삶의 질 향상을 위해 1988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 제도는 지속적인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률 저하 등으로 기금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하여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대다수의 국민이 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여론 수렴이 중요하나, 개혁 논의에서 정작 ‘국민’은 소외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구성이 다양한 만큼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그래서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데, 이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7월 15일 ~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고, 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조사를 진행하였다.
국민연금 제도가 국민에게 ‘필요하다’는 응답은 86%를 차지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제도를 바라보는 인식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납부한 보험료보다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그렇다’ 45%, ‘그렇지 않다’ 46%로 의견이 분분하다. 예적금·주식 등의 다른 재테크보다 국민연금이 더 나은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 45%, ‘그렇지 않다’ 45%로 평가가 나뉜다.
이를 응답자 특성별로 나누어 보면 연령대·재산 수준에 따라 차이가 명확해진다. 40대 이하에서는 과반수가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적은 연금을 수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연금이 예적금·주식 등의 다른 재테크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 또, 순재산 금액대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국민연금 제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응답자 대다수가 국민연금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에 대한 기대와 평가는 세대와 재산 수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응답자의 87%는 국민연금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제도 개혁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손대야 하는 항목으로 ‘수급개시연령 상향’을 50%가 응답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월보험료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는 각각 27%, 23%에 그쳤다. 다시 말해 월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느니 차라리 지금보다 더 늦은 나이부터 국민연금을 받겠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를 통해 현 정부가 지향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국민 여론이 상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자 월보험료 인상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국민은 보험료 인상보다는 먼저 수급개시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 정부와 국민 간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월보험료 인상안에 대한 여론의 향배는 현재 국민이 체감하는 월보험료 부담 정도를 통해 예측해 볼 수 있다. 월소득의 9%를 납부하는 현재 월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응답이 66%를 차지하는 반면 ‘부담되지 않는다’는 27%에 불과했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로 인해 월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월소득의 9~10%까지만 납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56%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12% 이상 부담하겠다는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해당 결과는 현 정부의 월보험료 인상안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서늘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민연금 월보험료율을 최소 12%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이 역시 여론과 간극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응답자들은 국민연금이 직면한 문제를 고소득자가 내는 월보험료의 상한액을 인상(59%)하거나 연금 통합(58%)과 같은 대안으로 해결하는 것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최근인 2007년 연금 개혁에서 조정된 적이 있는 소득대체율이나 수급개시연령 대신 1998년부터 24년 간 월소득의 9%로 동결 상태인 월보험료를 개혁하게 된다면 어떠한 방향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 결과, ‘더 내고 더 받겠다’는 응답이 55%, ‘덜 내고 덜 받겠다’는 45%를 차지해 월보험료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세대와 재산 수준에 따라 월보험료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 대립은 더욱 명확해진다. 먼저, 세대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장기간 국민연금을 납부해야 하는 40대 이하는 절반 이상이 ‘보험료를 덜 내고 덜 받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과반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을 선택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하기 시작하는 30대는 ‘더 내고 더 받겠다’ 응답이 38%로 제일 적지만, 60세 이상은 75%를 차지해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가구 재산 수준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월보험료 개혁 방향은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인다. 비교적 노후 빈곤에 취약한 순재산 5,000만 원 미만 응답자는 54%가 보험료를 ‘덜 내고 덜 받겠다’고 응답한 반면, 4억 원 이상인 응답자는 69%가 ‘더 내고 더 받는 것’을 선호해 재산 수준에 따른 상반된 의견이 확인된다. 국민연금의 목적이 국민의 노후 보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순재산이 적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연금을 지급해야 하나, 이들은 당장의 금전적 부담 때문에 ‘보험료를 덜 내고 연금을 덜 받는’ 방향을 선호하였다.
이처럼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그 방향 및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민뿐만 아니라 국민 간에도 이견이 있는 실정이다. 즉, 정부와 국민 간에는 개혁의 우선순위와 월보험료 인상 관련하여, 국민 간에는 세대와 재산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인식 및 개혁 방향 측면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나, 정작 이와 관련한 대화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는 6%에 그쳐 지속적인 합의 과정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처칠의 말처럼 국민 대다수가 필요성을 느끼고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합의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는 지금, 더 이상 개혁이 늦춰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이해관계가 걸린 ‘국민연금’인 만큼 정부가 선급하게 개혁안을 내놓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사회적 공론화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승찬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연구원
김지영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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