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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심리상담 프로에 마음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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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겪으면서 마음건강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에 마음건강 문제를 해결해주는 심리상담에 관심이 많다. 지인의 심리상담센터 운영을 5년 이상 도우며 공부한 덕분에 '준 심리상담사' 수준은 된다. 한국코치협회 코치(KPC)로 심리상담과 공통점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코칭도 자주 한다.
그러다 보니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행하는 TV 공개상담 프로를 자주 본다. 오 박사의 탁월한 분석과 솔루션에 감탄할 때가 많은데, 심리상담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중화시킨 그의 역할에 감사하고 있다.
오 박사 덕분에 국민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등 마음건강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음건강 문제를 꼭꼭 감추거나 혼자 참기보다는 감기에 걸리면 동네 병원에 가듯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를 편안하게 찾는 사회적 분위기도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오 박사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이 잦아졌다. 중간에 채널을 돌릴 때도 있다. 연예인 패널들이 의뢰자와 관련된 영상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그들의 반응에 공감하기보다는 찜찜한 느낌이 들곤 한다. 마치 감추고 싶은 나의 내밀한 부분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공개 상담을 의뢰한 출연자는 다 동의했을 것이다. 오 박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심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그렇게 결정한 당사자에게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완전한 자기 결정권을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어른들이 섣부른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TV 영상에서는 자해를 시도하고, 습관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아이답지 않은 과격한 행동을 하며 부모를 휘두르는 모습, 학교에서 잔뜩 위축된 아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그 아이가 된 것처럼 수치심에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든다.
지금은 깨닫지 못할 수 있지만,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이는 어떨까?
가족이나 다른 사람과의 부정적 관계에서 생긴 아이들의 심리 문제는 어른의 눈이 아니라 아이 입장이 되어야 답이 나온다. 아동심리 전문가인 오 박사 생각도 같을 것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받은 느낌은 그 반대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보며 패널들이 안타까워하고 아이들에 대한 연민의 눈물을 흘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위한 선한 의도의 프로그램이 그 아이들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하고 목소리를 바꾼다고 해서 프로그램의 의미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온라인에 올린 영상이나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잊힐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담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의 권리는 더 철저하게 지켜 주기를 바란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방송이 끝난 뒤에도 아이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오 박사가 사랑을 베풀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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