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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글쓰기...반세기 만에 당도한 스웨덴 노동문학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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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일기를 쓴다. 내 삶이 다른 누군가의 관심을 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면 삶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54쪽)
이혼 후 다섯 아이의 엄마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청소 노동자로 일해 온 스웨덴의 마이아 에켈뢰브(1918~1989)에게 글쓰기는 유일한 취미이자 탈출구였다. 교육의 열망은 높았으나 정규 교육과 거리가 멀었고, 17년간의 결혼 생활 후 생계 전선에 뛰어든 그에게 다양한 직업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낮은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감내해야 하는 청소 노동자의 비애와 고된 육아 스트레스를 글쓰기를 통해 위안 받았다.
신간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는 1965년부터 1969년까지 에켈뢰브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그가 52세가 된 1970년 스웨덴의 한 출판사 공모전을 통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스웨덴 노동문학상인 '비바르 루유한손 상'(1987)을 받았고 2009년에는 스웨덴 '1,000대 고전'에 이름을 올렸다.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페르시아어로 번역됐다. 국내에서는 반세기 만에 처음 번역됐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낸 저자의 기록은 개인을 넘어서 1960년대 노동 계급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사회적 일기에 다름 없다. 저자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을 인용하며 "가장 높은 계급부터 가장 낮은 계급까지 모든 인간은 경제적 투쟁에 사로잡혀 있다"며 "소유병은 정치세계를 괴롭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꼬집는다.
복지 사회 스웨덴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이는 크고 복지 혜택을 받는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그는 "스웨덴에서 사회보호대상자가 되려면 양심 없이 태어나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복지과에 가는 일을 짜증 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책은 노동 계급의 고된 일상과 스웨덴 사회를 향한 비판과 더불어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도 담고 있다. 저자는 1968년 북한의 미 해군 소속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사건과 한반도 위기를 언급하는 등 세계 정세로도 관심사를 확장한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읽기와 쓰기를 통해 자긍심을 키우고 성장해 간다. 그는 "살면서 여러 번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났다"며 "그들보다 없이 살아도 내 삶은 그들보다 훨씬 더 넉넉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을 곁에 둔다면 외롭지 않다"고도 덧붙인다.
저자는 책 말미에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대상자 간의 불편한 대화와 불공평한 복지를 언급하며 "아마 미래에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라고 적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행간이 출간 반세기 만에 당도한 한국의 독자에게도 직접적으로 와닿을 만큼,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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