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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가 된 장아찌 항아리… 100년 전 K컬처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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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둥근 달을 닮은 백자 달항아리는 대표적 조선 고미술품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달항아리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미술·디자인 사학자로 2013년 주영한국문화원 큐레이터였던 저자는 한영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아이템을 찾던 중 바로 이 대영박물관의 달항아리와 마주했다. 20세기 영국의 유명 도예가 버나드 리치(1897~1979)가 1935년 조선 여행 중 구입한 이 항아리는 이후 동료이자 오스트리아 출신 도예가인 루시 리(1902~1995)가 보관했다가 2000년 한국관을 연 대영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는 이 달항아리를 비롯해 영국으로 건너간 조선 물건들의 흔적을 좇는다. 서양의 많은 문물이 건너온 개항·개방 시기엔 서양인들도 부지런히 조선 물건을 실어 날랐다. 저자는 영국인 수집가와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조선에서 구입한 물품의 영수증부터 쇼핑 목록, 경매 도록까지 영국 주요 박물관 아카이브와 국내외 다양한 자료를 추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버나드 리치는 자신의 저서에 서울의 골동품 가게에서 산 달항아리에 장아찌 항아리라고 적었다. 실용적 용도로 만들어진 일개 가정용 항아리가 영국 도예가 리치의 공방에 놓이고, 당대 유명한 도예가 루시 리가 항아리를 경외심 가득한 태도로 대하면서 그 가치와 위상이 높아진 셈이다. 책은 수집과 소장의 궤적에 개입되는 수많은 우연과 뜻밖의 요소가 문화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한국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엉뚱한 내용의 문헌 자료 등도 함께 실어 동서양 간 문화적 맥락을 폭넓게 살핀 문화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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