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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 기능 못하는 '국민제안', 원점에서 개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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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를 폐지하고 신설한 ‘국민제안’이 졸속운영 끝에 첫 계획을 보류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국민이 제안한 정책아이디어 ‘톱 10’ 온라인투표를 진행했지만, “‘어뷰징’(중복 전송) 사태로 이번엔 우수제안 3건을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앞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1차 선정한 10건 중 국민호응도가 높은 상위 3건을 정책화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57만7,415명)와 K교통패스 도입(57만6,719명),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57만2,664명)이 상위권에 올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수의 어뷰징과 해외 아이피(IP)가 들어와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온라인투표제를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우려했던 그대로다. 단순 인기투표에 불과한 터라 열흘간의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문제점이 지적돼 중단 시위까지 벌어졌다. 국민제안 10개의 제목과 한 줄로 된 내용이 전부인데다, 해당 제안에 댓글을 달아 의견을 개진하거나 반대투표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좋아요’를 누르는 게 전부인데 이마저도 본인인증이 없어도 되고 다른 기기로 접속하면 중복투표도 가능하다.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허술한 방식으로 누군가에겐 삶이 송두리째 바뀔지도 모를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건 난센스다. 이해관계로 뭉친 단체들의 조작투표를 걸러낼 수 없다. 당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등을 하자 유통업계가 기대감에 들뜬 반면, 소상공인 단체와 노동조합들은 “골목상권과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선정방식부터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정부가 답해야 했던 국민청원과 달리 대통령실이 지정한 국민제안심사위 전문가 11명이 톱 10을 선정했다.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과정도 공개되지 않았다.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해 원점에서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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