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9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어 내년도 기준중위소득(4인 가구 기준)을 5.47% 인상했다. 기준중위소득은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 취약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대부 등 76개 복지수당과 서비스의 잣대가 된다. 내년 인상률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선정 기준을 최저생계비에서 중위소득으로 전환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중생보위는 당초 25일 인상률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4.19% 인상을 고집하는 기재부의 반대로 이날 다시 모여 결정을 내렸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 물가인상률을 기록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재정당국은 6,000억 원가량 추가되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당초 5%대 인상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재정당국의 반대에도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우선 고려한 이번 인상률은 전향적 결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정부는 기존의 중위소득 산정방식이 실질적 물가인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3년 전부터 정확도가 높은 가계금융복지(가금복) 조사 소득통계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계적 보완을 약속한 탓에 중생보위가 결정하는 중위소득은 여전히 가금복 통계상 실제 중위소득에 못 미친다. 예컨대 내년 인상률은 5.47%나 되지만 내년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207만 원)은 가금복 통계상 중위소득(254만 원ㆍ2019년)보다도 50만 원 가까이 적다. 이런 간극 탓에 비수급 빈곤층이 여전히 폭넓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2026년까지 이 차이를 없애겠다는 당초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새 정부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취약층에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는 복지철학만큼은 뚝심있게 유지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제도 폐지, 재산공제기준 현실화 등 빈곤층 복지제도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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