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또다시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달 1차 자이언트스텝으로 1.75%까지 오른 미국 기준금리는 단숨에 2.5%까지 올라가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13일 한은의 ‘빅스텝’으로 인상된 게 2.25% 수준이어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이 현실화했다. 한미 금리역전은 2020년 2월 이래 2년 반 만의 일이다.
미국의 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충분히 예상됐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1980년 이래 40년 만의 최고치인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공급망 문제와 팬데믹의 영향,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전방위 압박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2%대 물가상승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이제 경기침체 우려까지 낳고 있다. 연준은 ‘소비와 생산 지표가 둔화하긴 했지만 노동 시장은 강건하고 실업률은 낮다’며 침체론을 일축했지만, 시장에선 경기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수급 불안, 중국 경기둔화 등에 더해 미국 경제까지 침체에 빠질 경우, 우리 경제 역시 직격탄을 맞으며 심각한 불황에 직면할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8일 “한미 금리역전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 금리 인상기에 세 차례 한미 금리역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금리역전은 글로벌 불황과 국지적 금융위기 우려가 팽배한 상태에서 빚어져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국내외 금융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거시경제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가 절실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