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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절반은 "반려동물도 가족, 동거가족도 정상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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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족에 대한 정의가 점차 달라지는 듯하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조부모, 부모, 자녀로 이뤄진 대가족 형태가 주였고 점차 핵가족화되면서 가족의 단위가 축소됐다.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1인가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세대 구성별 가구분포와 2040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2세대 가구가 2,200만 가구에서 470만 가구로 감소한다. 1인가구는 660만 가구에서 900만 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 가구를 구성하는 세대가 단순해지고 구성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7월 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족원이 단순화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형태가 ‘정상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살펴보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족’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어디까지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물었다. 크게는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혈족’, 혈연관계가 없으나 혼인으로 맺어진 친족이라는 의미의 ‘인척’ 두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혈족’ 중에서도 1촌에 해당하는 ‘자녀(93%)’와 ‘부모(88%)’, 2촌에 해당하는 ‘형제자매(75%)’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70~90%대로 높았다. 다만, 혈족이라도 촌수가 멀어질수록 가족원이라는 인식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척’ 중에서는 ‘배우자(93%)’와 ‘배우자의 부모(71%)’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며느리(53%)나 사위(53%)가 내 가족이라는 응답은 인척 중 3, 4순위임에도 50%대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반려동·식물과 비혈연 동거인’에 대한 가족 인식이다. ‘반려동물’이 내 가족이라는 응답은 27%, ‘반려식물(9%)’, ‘비혈연 동거인(8%)’ 순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300만 명 시대를 맞아 2020년부터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도 반려동물 양육가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27% 응답은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여성과 20대, 미혼 응답자는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와 같이 혈족 중에서도 1, 2촌 및 무촌 관계에 한해 가족이라는 응답이 60~90%로 높았다. 이를 제외하면 가족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가족관 범위가 비교적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가운데는 ‘배우자의 부모’가 나의 가족이라는 응답이 77%로 여성(65%)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아버지 형제·남매 및 그 배우자’ 혹은 ‘어머니 형제·자매 및 그 배우자’, ‘내 형제자매의 배우자(형수, 제수, 올케 등)’에 대한 가족 인식도 여성에 비해 14, 15%포인트 높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2, 3촌의 가까운 사이더라도 그들의 인척까지는 내 가족이라는 인식이 비교적 낮은 것이다.
20대와 미혼 응답자는 각각 다른 세대와 결혼 경험이 있는 응답자에 비해 인척에 대한 가족 인식이 낮았다. 20대와 미혼 응답자의 특성상 나의 결혼으로 맺어진 인척에 대한 가족 인식이 현저히 낮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자신의 결혼으로 맺어진 인척에 대한 가족 인식이 높은 편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이 가족이라는 응답은 20대와 미혼 응답자에서 월등히 높았다. 20대(60%)와 미혼(48%)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반려동물이 나의 가족이라고 답했다. 또한, 20대(19%)와 미혼 응답자(16%) 10명 중 1, 2명 정도는 반려식물도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키우는 동·식물에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반자)’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동·식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이들을 가족으로 여기는 20대와 미혼 응답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20대에서는 ‘반려동물(60%)’을 가족이라고 답한 응답이 ‘형제자매(83%)’에 이어 5순위였다.
점차 가족의 범주를 촌수가 가까운 혈족이나 배우자 정도로 한정하고, 사람은 아니지만 조건 없이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동·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정상’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비정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것은 나와 다른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렇다면, 가족도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으로 나눌 수 있을까.
가족 형태별로 정상 가족인지, 아닌지 물었다. 우선, 가족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재혼·입양·다문화 가족’, ‘부모·자녀 부재(한부모, 조손, 소년·소녀가장, 무자녀, 미혼모·부) 가족’, ‘특수형태(동거, 동성, 대안, 일반위탁) 가족’으로 구분해 보았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재혼·입양·다문화가족’을 정상 가족으로 볼 수 있다는 응답이 86, 8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부모·자녀 부재 가족’, ‘특수형태 가족’ 순이다.
가족은 혼인이나 혈연·입양을 통해 구성된 것으로 정의한다. ‘재혼·입양·다문화 가족’은 부모와 자녀 모든 구성원을 충족한 형태로, 가장 ‘정상’에 가깝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혼 다문화가족(87%)’, ‘입양가족(86%)’, ‘재혼가족(86%)’ 모두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다음으로 ‘부모·자녀 부재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다. ’한부모가족(76%)‘·’무자녀가족(76%)‘, ’조손가족(64%)‘은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60~70%대로 나타났다. 다만, ‘미혼모(56%)·미혼부(54%), 소년·소녀가장 가족(45%)’과 같이 결혼제도를 거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해 배우자 없이 자녀를 양육하거나 어린 자녀로만 이뤄진 형태가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50% 내외였다.
마지막으로 ‘특수형태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30~40%대에 그쳤다. ‘동거, 대안, 일반위탁가족’은 법적인 가족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부의 성별이 동일한 동성가족 역시 동성결혼이나 차별금지법이 합법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이 29%로 현저히 낮았다.
여성과 20대, 미혼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정상 가족으로 인식하는 범위가 넓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자녀가족(81%, 남자 70%)’, ‘미혼모가족(63%, 남자 49%)’, ‘미혼부가족(61%, 남자 46%)’, ‘동성가족(36%, 남자 23%)’을 정상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20대 역시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대체로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특히 ‘동성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51%였다. 미혼 응답자도 ‘부모·자녀 부재 가족’, ‘재혼·입양·다문화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결혼 경험이 있는 응답자 대비 높았다. 특히 응답자 절반 이상은 ‘동거가족’도 정상 가족이라고 답했다.
같은 혈족이라도 촌수가 멀어지면 ‘나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반 수준이었다. 20대 10명 중 6명은 반려동물도 나의 가족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의 범위가 축소 및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이란 혼인이나 혈연·입양을 통해 구성된 집단이다. 전통적인 ‘가족’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는 대체로 정상가족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20대는 동성·동거가족 등 특수형태의 가족도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반에 달했다. 세대별로 어디까지가 ‘나의 가족’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가족인지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했다. 점차 세대가 바뀌면서 ‘가족’의 정의가 새롭게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소연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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