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26일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찰국은 다음 달 2일 출범해 장관의 고위 경찰 인사 제청, 중요 경찰 법령 국무회의 상정 등을 보좌한다. 행안부령인 경찰청장 지휘규칙도 같은 날 시행된다.
이로써 경찰이 독립 외청으로 분리된 지 31년 만에 행안부에 경찰 지휘 조직이 부활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장하던 경찰청 통솔을 내각 장관이 민주적으로 관장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근간을 둔 현행 제도를 흔든다는 우려가 크다.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단축해가며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인 과정도 마뜩잖다.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계기로 본격화한 정부와 경찰조직의 갈등은 이날 대통령과 정치권의 가세로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장들의 집단행동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장(총경)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빗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엔 일선 팀장급(경감·경위) 회의 추진을 "부화뇌동"이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형사 처벌을 언급했다.
반면 경찰 내부망엔 이달 30일로 예고된 팀장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한다고 공지됐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지휘부의 집단행위 금지 경고가 듣지 않는 분위기다. 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을 받은 류삼영 총경은 국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경찰국 신설안 무효화 조치를 촉구했다.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을 꾸린 민주당은 의원 20여 명이 용산 대통령실 앞 항의 집회를 열었다.
출구 없는 극한 대치다. 장기화한다면 치안 공백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 안팎의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통행식 행태를 보인 행안부는 물론, 조정·중재 역할을 방기하고 논란의 복판에 뛰어든 대통령실과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 정부와 경찰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속히 수습책을 모색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