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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베개, AI 탑재, 나사 기술까지... 베개의 눈부신 진화

입력
2022.07.30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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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오스트리치 필로우. 오스트리치 필로우 제공

영국의 오스트리치 필로우. 오스트리치 필로우 제공

베개의 진화에는 끝이 없다. 단순히 잠을 잘 때 머리와 목을 받치는 물건인 줄 알았던 베개는 △형태 △소재 △받치는 방식 등에 따라,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타조를 닮은 기상천외한 모양의 베개가 나오는가 하면,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AI) 베개까지 개발됐다.

베개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베개는 기원전 7,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머리에 '무언가'를 베고 자는 건 400만 년 전부터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손을 베개로 사용하거나, 나무나 돌을 베개 삼아 잤다고 하는데, 뭔가를 베는 건 인간의 본능이었던 셈이다.

돌이나 나무를 직육면체로 깎은 형태, 천 안에 솜이나 짚 등을 밀어넣은 형태 정도가 고작이었던 베개는, 최근 숙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끌었던 베개는 영국의 오스트리치 필로우(Ostrich Pillow·타조 베개)다. 말 그대로 타조처럼 생겼다. 이 베개는 모자처럼 쓰는 형태인데, 숨을 쉬기 위해 뚫려 있는 안면부 외에 모든 면에 쿠션이 들어가 있다. 이런 모양 덕분에 장소에 상관없이 머리를 댈 수 있는 곳 어디에서나 편안한 수면이 가능하다. 베개 좌우에 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기에도 용이하다.

타조 베개는 출장 가는 기차에서 쪽잠을 자고, 점심 시간에 회사 구석에서 몰래 낮잠을 자는 현대인을 노렸다. 2013년 초기 버전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20만 달러 펀딩에 성공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10명 남짓한 직원으로 연 2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회사로까지 성장했다. 잠은 반드시 침대에서만 자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의 수면 공식에 반하는 베개인 셈이다.

영국의 오스트리치 필로우. 오스트리치 필로우 제공

영국의 오스트리치 필로우. 오스트리치 필로우 제공

소재도 다양해졌다. 뉴질랜드의 국적항공사 에어 뉴질랜드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승객용 베개를 도입했다. 이 베개에는 우주비행사의 장갑에 사용되는 아웃라스트(Outlast) 소재가 사용됐다. 우주비행사들은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온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는 소재의 장갑을 사용한다. 에어 뉴질랜드의 베개 또한 이 아웃라스트 소재를 사용해 승객의 피부가 뜨거워지면 열을 흡수하고 피부가 차가워지면 열을 방출해 숙면시 일반 베개보다 더 큰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베개와 차별화되는 눈에 띄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메텔이 선보인 AI 베개 제레마(Zerema)가 대표적이다. 제레마는 사용자 체형에 맞춰 베개 높이를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AI 베개다. 겉에서 보면 일반적인 메모리폼 베개처럼 보이지만, 베개에 설치된 센서가 압력을 측정하고 에어튜브를 통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높이로 자동 조절해준다.

코골이 완화 기능도 있어 수면 중 코골이 소리를 감지해 베개 높이를 조절한다. 기도를 낮춰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 제레마는 올해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메텔의 AI 베개 제레마. 킥스타터 홈페이지 캡처

슬립테크 스타트업 메텔의 AI 베개 제레마. 킥스타터 홈페이지 캡처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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