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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방역의 커져가는 저항

입력
2022.07.2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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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소, 힌두 신들의 동반자

힌두 신 아디티와 흰소. 위키피디아

힌두 신 아디티와 흰소. 위키피디아

영국 웨일스의 ‘스칸다베일(Skanda Vale)’ 힌두 사원의 수소 ‘샴보(Shambo)’가 2007년 4월 인수공통감염병인 소결핵 양성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규정에 따라 병든 소의 도태(도축)를 결정했다. 힌두교에서 소는 신들의 어머니 ‘아디티(Aditi)’를 비롯한 여러 신들의 동반자인 신성한 동물이어서, 도축은 물론이고 학대도 금기라는 게 문제였다.

사원을 중심으로 영국 힌두교인들의 대대적인 구제 캠페인이 시작됐다. 캠페인 웹사이트는 '국가는 만일 당신 가족 중 한 명이 결핵에 걸린 게 의심돼도 그를 죽이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사원 수의 담당자는 검사 결과를 의심했고, 웨일스 의회는 유럽연합과 국제동물보건기구가 99.9% 정확도를 인증한 검사법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회 의원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었다. 한 노동당 소속 의원은 해당 힌두 사원이 영국 전역의 신자들이 연 평균 9만 명씩 찾는 성지로, 그들에게 소의 도축은 신성모독에 해당하므로 해당 사안은 가축 방역 문제를 넘어 유럽인권협약이 보장한 종교 자유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도태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한 소보호단체는 샴보를 인도로 보내주면 자기네가 치료, 보호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즉각 도축을 요구한 가장 강력한 주체는 지역 농민들이었다. 한 해 전 소결핵으로 웨일스에서만 5,000여 마리, 영국 전역에서 2만여 마리가 도축된 바 있었다. 웨일스 고등법원은 7월 23일 행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집행관들은 판결 이틀 뒤 샴보를 도축장으로 옮기려 했다가 운집한 힌두교도들의 저항에 막혔고, 다음 날에야 강제집행에 성공했다.

인도는 서벵골과 남서부 케랄라주를 제외한 거의 전역에서 소 도축(일부는 물소와 수소는 허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코로나19를 포함한 인수공통전염병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도 한 정치인이 공식 석상에서 "소 오줌이 면역체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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