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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방수' 퇴장에 EU 빅스텝까지… 유럽 '퍼펙트 스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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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유럽의 문제아’가 됐던 남유럽에 또다시 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①이탈리아에서는 ‘경제 소방수’인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돌연 퇴장하며 정정 불안이 커졌고 ②유럽중앙은행(ECB)은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악재가 쏟아지는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 후폭풍을 유럽이 고스란히 맞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 고리’ 남유럽이 위기에 빠지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드리운 경기 침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의 망령이 유럽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유럽발 재정 위기로 유로존이 붕괴 위기에 처했던 당시와 최근 유럽의 경제 상황이 비슷하다면서다.
역내 경제 규모 3위 이탈리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드라기 전 총리가 연립정부 내홍 끝에 사임한 것이 최대 악재다.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위기 △가파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코로나19 재확산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조타수를 잃은 셈이다.
이탈리아의 나랏빚은 10년 전보다 더 늘었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150%를 넘는다. 2012년 재정위기 당시(122%)보다 높다. ECB 총재로서 유로존을 재정난에서 구해냈던 드라기가 지난해 총리에 취임한 이후 경제가 조금씩 안정을 찾았지만, 1년 반 만에 리더십 공백이 생기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드라기 내각은 지난 몇 년간을 통틀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능한 정부였다”며 “그의 축출은 에너지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유럽에 새로운 위기를 안겨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위기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은 수년간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적잖은 성과도 보였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 지출을 잔뜩 늘리는 과정에서 채무가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예컨대 지난해 말 그리스의 채무 비율은 193%까지 급증했다. 나랏빚이 국가 경제 규모보다 두 배나 많다는 얘기다.
금리가 낮을 때는 견딜 여력이 있었다. 올해 초만 해도 이 국가들의 10년물 국채 금리(가격과 반대)는 1%대에 그쳤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ECB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21일엔 3%대로 치솟았다. 정국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는 3.75%까지 뛰었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가가 돈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각국이 빚 부담에 더욱 허덕이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버팀목이 돼야 할 다른 유럽 국가의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촉발한 에너지 대란으로 유럽엔 경기침체 공포가 짙게 깔려있다. 블룸버그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가 12개월 이내 경기후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45%로, 한달 전(30%)보다 15%포인트나 올랐다. 유럽 경제 강국 독일마저 회복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전반적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남유럽 부실이 현실화한다면 역내 경제 위기로 번지는 건 시간 문제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국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이탈리아 정정불안에 금리 인상 부작용까지 겹칠 경우 유럽 경제에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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