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던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리 다툼으로 주춤하면서 방송 장악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이틀 “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이라는 문제 발언을 반복했다. 왜곡된 현실 인식을 지적하기 앞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확보는 국회가 할 일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저마다 야당일 때는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다가 여당만 되면 뒷전으로 미룬 방송을 이용하려 하면서 편파 방송 논란을 스스로 키웠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그 사슬을 끊고 법 개정에 나서면 된다.
권 원내대표는 편파 보도를 지적하면서 되레 방송사를 압박하는 모순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14일 여당의 방송 장악을 막아야 한다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KBS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 여당이 방송을 장악할 방법이 없다”고 반박, 편향된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15일에도 편파적인 이유로 “언론노조 출신의 핵심 간부들이 지휘하고 있다”며 기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어민 북송 보도를 문제 삼아 MBC 박성제 사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당 비판을 편파 보도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키려는 압박이라 할 수 있다.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부각시키는 것도 경악할 일이다.
애초에 여야는 공영방송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 방송사 지배구조를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고 민주당 발의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할 일을 안 한 것은 의원들이다. 지난해 11월 출범시킨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도 아무 성과 없이 문을 닫았다.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 오로지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호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말이 진심이라면 사장 사퇴를 촉구할 게 아니라 당장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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