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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교육, 문과 기피 해결 가능성' 낮다 48%, 높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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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는 ‘문과’와 ‘죄송합니다’를 합친 합성어로 문과 전공 학생들의 낮은 취업률을 자조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019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연보에 따르면,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취업률은 56.2%로 전체(67.1%)보다 10.9%포인트 낮았다. 2021년 하반기에는 인문학 전공 청년 취업자 수가 2년 전 대비 16% 감소(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한 것으로 집계돼 인문계 전공생들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학생들이 문과 진학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전문가는 문·이과 구분 없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022년 5월 20~23일, 6월 17~20일 두 차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씩을 대상으로 문과 학문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인문사회-자연공학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국민들은 어떤 전공을 선호할까? 진로를 고민하는 지인에게 추천하는 전공을 물은 결과, 자연공학이 85%로 압도적이었다. 인문계열 학과를 졸업했거나, 현재 인문계열 학과에 재학중인 응답자 가운데 자연공학을 추천한다는 응답도 83%나 됐다. 모든 전공에서 자연공학 추천이 우세한 셈이다.
구체적 이유를 살펴보면, 자연공학을 추천하는 이유 1순위는 ‘취업’과 ‘전망소득’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각 38%, 24%). 반면, 인문사회 계열을 추천하는 이유는 ‘학문 자체의 매력’ 때문이라는 응답이 38%로 가장 높았다. 일반적인 국민 인식은 이른바 ‘취업이 잘되는 자연공학’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각 학문에 대한 인식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개인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문으로는 이공계(공학·의약·자연)가 강자였다. 반면 개인인격 함양이나 사고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학문은 인문계열이라는 응답이 62%로 가장 높았다. 인문학이 인간 내면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공계 학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문과’로 분류되는 사회계열의 경우, 개인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다는 응답이 52%로 인문계열(18%)보다 3배가량 높았다. 같은 문과더라도 기초학문인 ‘인문학’이 취업이나 연봉 등의 경제적 성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각 전공자들의 본인 전공에 대한 미래전망 및 추천의향도 인문학이 약세이다. ‘적성에 맞다’, ‘전공 학문을 좋아한다’는 응답은 모든 전공에서 대동소이했다. 반면, 전공이 ‘취업에 용이’하고 ‘전문성'이 있으며 ‘미래전망이 밝다’는 응답은 인문계열 전공자들 사이에서 매우 낮고 공학·자연 전공자들은 높았다. ‘본인의 전공을 추천한다’는 응답에 대해서도 공학(46%) > 자연(36%) > 사회(28%) > 인문(10%) 순으로 인문계열이 약세를 보였다. 일반적인 국민인식뿐만 아니라 인문계 전공생 스스로도 취업과 미래 전망에 대해서 확신이 없고, 이에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 또한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문과 기피는 낮은 취업률 때문에 인문계열 학문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문과 기피 해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은 문과 학생들이 취업난을 겪지 않고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국민 역시 66%가량이 ‘기업이 인문계 전공생을 선호한다면 문과 기피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인식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는 시대적 흐름에서 기업이 공학 전공자를 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교육부는 ‘인문학과 과학기술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교육 기조를 발표했다. 그간 문·이과를 나누던 교육체계를 벗어나 두 가지 소양을 모두 갖추도록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교육부의 통합형 교육과정이 문과 기피를 해결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보았다.
2015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시행된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문·이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수능도 문·이과를 나누지 않고 통합형으로 치르고 있다. 이에 관해 교육과정이 어떤 기조로 운영되어야 하는지 물은 결과,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49%로 융합형 인재 양성(41%)과 팽팽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18~29세와 자연·공학 계열 전공생에게서 ‘전문성 양성’이 20%포인트가량 우세했다.
통합형 교육과정이 오히려 각각의 전문성을 저하시킨다는 진술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5%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1%)보다 높았다. 이는 모든 연령대 및 전공별로 비슷한 양상이었다.
통합형 교육과정이 문과 기피를 해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는 응답이 48%, 높다는 응답이 30%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고등교육과정을 직접 경험한 세대인 18~29세에서는 해결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65%로, 높다(17%)보다 4배가량 많았다. 통합형 교육과정이 문과 기피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취업난 및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서’(41%)로 역시나 ‘취업’이었다. 통합형 교육과정이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녹이는 해법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이다.
정부의 교육방침에 따라 문과 기피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도 다수였다. 특히 18~29세의 경우에는 24%만이 해결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해 교육과정으로 문과 기피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했다.
문·이과 통합과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3%였다. 원래대로 분리해야 한다는 응답(34%)보다 다소 우세했다.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유지 의견이 높았으나 18~29세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과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35%, 36%로 양분되었다. 통합과정이 실시되고 있는 현재, 교육과정에 가장 맞닿아 있는 저연령층은 통합형 교육과정에 물음표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인문계열 전공생은 취업을 못해 ‘문송’하고, 국민 대다수가 문과는 취업이 어렵다고 인식하는 현실에서 교육과정에 가장 맞닿아 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문·이과 통합과정이 문과 기피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오히려 융합형 인재가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저연령층 다수를 설득할 수 있고, 취업난으로 인한 문과 기피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
신하은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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