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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망, 일본의 잔혹함 견딘 한국·중국의 여론은 복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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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에 세계 정상들이 잇따라 추모 발언을 내놨다.일본의 오랜 우방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조전을 보내 애도했다. 최장수 일본 총리를 지내며 광폭 외교를 한 아베 전 총리의 업적을 새삼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달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여론은 침략 역사를 부정한 아베 전 총리와의 '과거사 악연'을 떠올리며 다소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은 12일 가족장 형태로 먼저 치러지고, 추후 일본 정부와 자민당 합동 주최 장례식이 열린다.
9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11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7,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후 방콕을 방문 중이었지만,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소식에 급히 일정을 바꿨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워싱턴의 주미 일본대사관을 찾아 조문하고 "그의 죽음은 단지 배우자와 가족, 일본 국민만이 아니라 세계의 상실"이라고 했다.
대만과 인도는 애도의 의미로 조기까지 게양하기로 했다. 두 국가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아베 전 총리를 통해 일본과 경제·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가장 깊은 애도와 감사" 표시를 위해 정부 기관과 공립학교에 11일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주문에 따라 인도도 8일 관공서 등에 조기를 걸었다. 인도는 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8일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배우자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냈다. 시진핑 주석은 9일 개인 명의 조전에서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중국과 일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유익한 공헌을 했다. 갑자기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펑리위안 여사도 아키에 여사에게 조의를 표했다. 일본의 반(反)중국 행보와 대만 지지 등을 놓고 최근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국민 정서를 거스르며 ‘전략적 조전 외교’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바라보는 한국와 중국 국민의 심정은 복잡하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일본의 침략 역사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의 사망 소식에 '환호'하거나, 한국 SNS에서 애도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적 여론과 달리) 20세기 초 군국주의 일본의 잔혹함을 견딘 한국과 중국의 여론은 복합적"이라며 "(아베 전 총리가 재임할 때 발생한) 일본의 전쟁 중 잔학 행위에 대한 논란이 오랜 기간 한국·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경색시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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