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 인상

입력
2022.07.05 22:00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관객들이 영화표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영화를 개봉할 때, 관행처럼 행해지는 공식이 있었다. 대작 영화나 가족·코미디 영화는 명절 성수기에, 로맨스 영화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있는 겨울,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에는 공포나 액션 영화를 개봉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정하는 것이 익숙한 룰이었다. 물론 저예산 독립영화는 조금 예외지만, 그 나름의 개봉 일정들을 정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와 OTT, 모바일 플랫폼으로 인해 영화의 개봉 일정은 더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지속되는 관객 감소의 여파로 극장 티켓 가격까지 인상되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부담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평소 공포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름엔 공포영화라는 인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던지 요새 개봉하는 공포영화가 있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다가, 관객들이 피서지로 극장을 택하는 이유가 영화 티켓값을 결제하면 등골이 서늘해져 여름 더위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기사만 보게 되었다. 이 표현에 쓴웃음이 나면서도 한 사람의 관객의 입장에서 1만5,000원의 금액은 확실히 더 이상 값싼 즐거움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금액이긴 하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최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누군가 대뜸 '감독님은 좋으시겠어요'라고 얘기하기에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극장 푯값이 인상되어 수익이 더 생길 것이기에 좋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 순수한 칭찬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영화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극장 티켓값이 인상된 것과 내가 만드는 영화의 수익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씩 작업하고 있는 영화의 이야기도 저예산으로 고려하다 보니 저예산 독립영화가 늘 당면하게 되는 어려움과 더불어 영화의 흥행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나는 단순히 흥행 공식에 따라 영화를 만들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사실 그 흥행 공식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다.

관객들은 계속 현명해지고, 지불한 금액에 합당한 만족스러운 영화를 찾는다. 내가 믿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나는 그저 그들에게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의 만족을 선사하고 싶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라는 것이 모호한 표현이라는 것은 알지만 관객을 낮추어 보지 않고, 내가 가장 좋다고 믿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라고밖에는 표현하기 힘들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운 것이, 나는 주변인들과 개봉한 영화의 흥행 스코어를 예측했다가 근사치에 접근했던 적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영화는 좋지만 꽤나 마이너하다고 느꼈는데 흥행하는 경우가 있었고, 대중적이라 흥행할 것 같다고 예상했던 영화가 예상보다 관객이 잘 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흥행할 영화를 만들겠다 생각하는 대신 내가 좋다고 믿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겠다 생각한다.

최근 OTT 이용자들도 조금씩 감소 추세를 보이며, 이제는 더는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놓인 것 같다. 산업이,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늘 최우선으로 믿는 '시간을 견디는' 영화를, 또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앞으로 이야기를 쓸 때에는 인상된 영화 티켓값을 고려하며, 조금 더 엄격하고 치열한 방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고민해 나가겠다.


윤단비 영화감독·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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