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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9'를 세 번 돌려야 하는 시간

입력
2022.06.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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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긴급전화의 시작

세계 최초의 긴급전화인 영국의 '999' 안내 포스터. 위키피디아

세계 최초의 긴급전화인 영국의 '999' 안내 포스터. 위키피디아

영국이 1937년 6월 30일, 세계 최초 긴급전화 ‘999’를 개통했다. 당시 다이얼식 전화기로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9’를 세 번이나 연이어 돌리게 한 이유에는 ‘정설’이 있다.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신고자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화재 현장 주소 등 주요 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다시 말해 다이얼이 돌아가는 동안 심호흡이라도 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후 한국(119), 미국(911) 등 거의 모든 나라가 긴급전화 번호에 숫자 ’9’를 포함시킨 것을 보면, 다이얼시대의 저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우주로켓 발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카운트다운(count down)’을 하는 이유에는 ‘정설’이 없다. 구글 검색으로도 설득력 있는 답변은 찾지 못했다. 발사 책임자를 비롯한 다수가 마음 졸일 그 마지막 100초 또는 10초 동안에도 기계들은 이미 설정된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전개한다. 전원이 잇달아 연결되고 로켓 외부의 미시적 조건들과 내부 압력과 기능들이 최종적으로 자동 점검되고, 주엔진이 점화된다. 그 중요한 10초의 공정이 ‘카운트다운’ 형식으로 전개되는 까닭을 누구는 현장 기술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도 설명했다.

기술적 의미보다는 ‘공연’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하이라이트를 알리는 쇼 진행자의 격한 외침 같은 의미. 안전과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도·기원의 시간일 수도 있다. 유인우주선이라면 승무원에게 그 10초의 시간은 선불교에서 말하는 ‘몰아(沒我)’의 경지에 가까울 것이다. 알려진 바, 구소련 연방우주국(Roscosmos)은 모든 준비와 점검이 완료되면 발사책임자(launch commander)가 ‘스타트’란 외침과 함께 점화 키를 돌리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우리 로켓 누리호(KSLV-II)가 6월 21일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거쳐 성공적으로 우주로 나아가 궤도 안착에 성공했고, 한국은 세계 7번째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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