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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겨울에 가스 끊을라”... 벌벌 떠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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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다가오는 겨울이 벌써 두렵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을 끊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퇴출했으나, 석탄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면 ‘에너지 대란’은 현실이 된다. 러시아가 이런 약점을 노려 올겨울 유럽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유럽은 사실상 유일한 대체 공급처인 미국 에너지 회사들에 목매야 하는 처지다.
페이스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유럽은 올겨울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에 즉시 대비해야 한다”며 “가스 수요 감축과 원자력 발전소 가동 유지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러시아가 가스관 수리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유를 대며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 공급하는 물량을 대폭 줄인 것은 “전면적인 수출 감축 조치의 시작일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비롤 사무총장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러시아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수출 감소는 유럽이 가스 저장고를 채우지 못하게 막아 겨울철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가스는 유럽의 아킬레스건이다. 전쟁 이전에는 의존도가 무려 40%에 달했고, 현재도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올 연말까지 원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가스 금수 조치는 아직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못했다. 가스 제재를 두고 유럽 각 나라들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서방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러시아가 겨울을 기다리며 의기양양해 하는 밑바탕에도 ‘시간 싸움에선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미 러시아는 유럽행 가스관을 여럿 잠갔다. 강력한 대러 제재를 주장해 온 폴란드와 불가리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에는 가스 공급을 완전히 끊었고,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도 공급량을 크게 줄였다. 가스 수요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했던 독일에선 ‘가스 배급제’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투자은행 인베스텍의 에너지 담당 네이선 파이퍼 분석가는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도 신뢰할 만한 에너지 공급자였으나 이제는 그런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유럽은 겨울철에 대비해 가스 비축분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57%가량 채워진 가스 저장고를 11월 초까지 80% 채우도록 권고했고, 독일은 90%를 목표치로 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 가스 없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파이퍼 분석가는 “목표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뿐”이라며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더 비싼 값을 쳐 주기 때문에 아시아를 제쳐두고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은 LNG 증산과 유럽 수출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FT에 따르면 미국 최대 LNG회사 셰니어에너지는 2025년 말까지 생산량을 20% 더 확대하기 위해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연간 4,500만 톤인 생산 규모를 향후 5,500만 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LNG생산업체 벤처글로벌도 세계 5위 석유기업 셰브론에 연간 LNG 200만 톤을 향후 20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독일 대형 에너지회사 EnBW에도 연간 150만 톤을 납품할 예정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3대 화학기업 이네오스는 LNG 시장 진출을 선포하고, 미국 에너지인프라기업 셈프라인스트럭처에서 연간 140만 톤을 20년간 구매하기로 했다. 브라이언 길버리 이네오스 회장은 “장기적으로 유럽의 고질적 에너지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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