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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예방한다고요?

입력
2022.06.21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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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교육을 받았다는데 '장애발생예방교육'이 제목이었어요. 제 눈을 의심했죠. 장애 중에는 선천적인 요인도 있는데 장애 발생을 어떻게 예방한다는 거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한 아이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 왔다. 알아보니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치원에서 교육을 실시했는데 사고로 중도장애를 입게 된 장애인 강사가 유치원에 찾아가서 한 교육이었다. 혹시나 하여 검색해보았더니 '장애발생예방교육'이라는 동영상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교육자료의 내용을 살펴봤더니 '안전사고 발생 예방교육'에 더 가까웠다.

이 엄마는 아이의 반응이 더 걱정되었다고 했다. "사고가 나면 오늘 온 저 선생님처럼 되는 거라서 무서웠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중도장애인이 와서 '사고예방'과 '긍정적 장애인식'을 같이 이야기하는 걸 한꺼번에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돼요."

주변의 장애인식개선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애발생예방교육'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엄마와 마찬가지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취지는 일상에서 안전을 생활화하여 사고를 예방하자는 내용이니 '손상예방교육'으로 다시 명명되었다. 하지만 이 교육이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사고와 장애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기 쉽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이 교육이 함의하는 바가 두 가지 측면에서 불편했다.

첫째, 이 교육은 안전의식 부재가 사고를 유발하고 장애라는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본적인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는 내 쪽에서 아무리 주의하더라도 상대방의 부주의로 일어나기도 한다. 안전은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장애의 부정적 측면'을 안전의식 부재의 결과로 강조하는 게 과연 맞을까?

둘째, '손상예방'이라는 개념도 결국 장애가 '손상된 몸이나 정신'을 뜻한다는 걸 의미한다. 손상이라는 건 '비장애인의 몸'이 정상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중도장애를 입는 장애인들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바뀐 몸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장애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삶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겨우 '장애 정체성'을 획득하더라도, 그들은 바깥 세상에서 계속 도전받는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불편하게 살게 되는 이유는 장애 자체보다도 장애를 받아들이는 세상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내 딸은 건물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건물에 접근성 시설이 안 갖춰져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지, 장애인 자체가 비정상인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소아암으로 척추에 종양이 있어 항암치료 후 하반신 마비가 된 내 딸을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건 이거였다. 딸이 '장애 정체성'을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비장애인인 내가 도저히 상상해서 알려 줄 수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작년 아이가 이렇게 글을 쓴 걸 봤다. "나는 걷지 않기로 했다. 우선 선천적 장애로 걸어본 적이 없어서 걷는다는 걸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걷지 못한다고 남들이 동정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더 중요한 이유는 걷지 않더라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를 불행으로 만드는 건 안전의식 부재도, 불의의 사고도 아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장애로 몸이나 정신이 손상되더라도 내 딸의 말대로 '잘 살 수 있다면' 불행할 이유가 없다.


홍윤희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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