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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로 전쟁 불똥 튀나'...러, 리투아니아 화물 제한에 보복 경고

입력
2022.06.21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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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러 제재 화물 영토 경유 금지
러 "화물 운송 막는 것은 불법"...보복 예고
칼리닌그라드, 러 군사 요충지로 충돌 위험 커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한 기차역에 화물 열차가 멈춰서 있다. 칼리닌그라드=타스 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한 기차역에 화물 열차가 멈춰서 있다. 칼리닌그라드=타스 연합뉴스

발트해 연안국 리투아니아가 러시아 본토에서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제재 대상 물자를 운송하는 것을 금지하자,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불똥이 과거 소련의 영토였던 발트해 연안국으로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한 리투아니아의 도발적 행위는 노골적 적대 조치"라며 "리투아니아를 경유하는 화물 운송이 복구되지 않으면 국가 이익 보호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투아니아가 18일 자정부터 △석탄 △철강 △건설자재 △첨단공학 제품 등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품목을 실은 러시아 화물 열차의 자국 경유를 제한하자 위협을 가한 것이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482km 떨어진 월경지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 영토를 거쳐 물자를 공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가 EU의 대러 제재 발효에 따라 규제 대상인 러시아 물품 경유 금지 조치를 시행하자, 물품 공급 길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칼리닌그라드

칼리닌그라드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1년 이후에도 러시아 영토로 남으면서 EU와 러시아 간 갈등의 불씨로 상존해왔다. 특히 이곳은 러시아 해군의 서유럽 유일 부동항으로 핵 능력을 갖춘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대도 배치돼 있다. 이번 긴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불똥이 자칫 발트해 연안으로 옮겨붙는 것은 아닌지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U는 제재 대상 품목의 운송 제한은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 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영국 가디언에 "항상 러시아의 보복이 걱정"이라면서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간 육로 통행은 금지되지 않았고, EU 제재를 받지 않는 사람들과 상품의 운송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투아니아도 “주민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식품과 의약품, 농업 관련 물품은 경유 금지 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서 역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된 발트 3국을 겨냥해 일부러 갈등 국면을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트해와 마주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과 핀란드가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최근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북유럽 안보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만일 러시아가 발트 3국을 침공한다면 이는 나토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 된다. 미국의 참전 가능성도 높아진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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