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멜 목소리'의 선물, 인공심장

입력
2022.06.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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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 폴 윈첼

복화술 인형 '제리 마호니(아래)'를 든, 1951년 무렵의 성우 겸 아마추어 발명가 폴 윈첼. 위키피디아

복화술 인형 '제리 마호니(아래)'를 든, 1951년 무렵의 성우 겸 아마추어 발명가 폴 윈첼. 위키피디아

수술이나 약물 치료로 개선되기 힘든 심장기능 환자가 심장 이식과 함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인공심장이다. 기능과 목적, 작동 방식 등에 따라, 임시용 영구용 심실보조장치 완전인공심장 등 종류가 다양하지만, 배터리 등 인위적 동력으로 심장의 펌프 역할을 대신하는 원리는 같다. 1970년대 실용화한 이래 근년까지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1,700여 명이며, 근년에는 한 해 평균 100명가량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 다수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Winnie the Pooh)’의 철부지 호랑이 ‘티거’와 ‘개구쟁이 스머프(The Smurfs)’의 악당 ‘가가멜’의 목소리 주인이 인공심장 최초 특허 보유자라는 사실은 모른다. 1950, 60년대 유명 복화술사로, 또 성우로 큰 인기를 끈 폴 윈첼(Paul Winchell, 1922.12.21~2005.6.24)이 그다.

뉴욕의 한 재단사 아들로 태어난 그는 병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말더듬도 심했다고 한다. 성대모사와 복화술은 언어교정 훈련의 부산물이었다. 그는 13세 때 라디오 성대모사 경연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고, 1947년 성우 겸 배우로 데뷔했다. 인형 ‘제리 마호니(Jerry Mahoney)’ '얼간이 스미프(Knucklehead Smiff)'와 함께한 그의 복화술 공연은 공전의 히트작으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가 1974년 ‘곰돌이 푸’ 성우 연기로 그해 그래미상 어린이 부문 레코딩상을 수상한 것은 생애의 공로에 대한 평가이기도 했다.

그는 또 아마추어 발명가로 불꽃 없는 라이터, 배터리 보온장갑 등 30여 개의 특허를 보유했다. 그리고 1963년 무독성 혈액 주머니와 정맥 형태의 관, 체외 배터리를 이은 인공심장을 유타대 연구진과 함께 개발해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인공심장은 비록 조야했지만, 그의 상상력은 찬란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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