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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도 꽃핀 예술… 오데사 극장, 115일 만에 공연 재개

입력
2022.06.19 23:59
수정
2022.06.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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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115일 만인 지난 17일 공연을 재개한 오데사의 오페라극장. 오데사=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115일 만인 지난 17일 공연을 재개한 오데사의 오페라극장. 오데사=AFP 연합뉴스

그럼에도 예술은 계속된다.

러시아 침공으로 문을 닫았던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도시 오데사의 오페라극장이 115일 만에 다시 돌아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NYT에 따르면 흑해 연안에 자리한 오데사의 랜드마크로 1810년 건립된 오페라극장이 전날 다시 문을 열고 공연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해상 무역의 70%를 담당하는 서남부의 오데사 항구는 러시아군의 이번 흑해 봉쇄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전면 폐쇄된 바 있다. 최근 몇 주간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데사로부터 70마일(약 112㎞) 떨어진 미콜라이우에는 지금도 매일같이 러시아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열흘 전 극장 측에 공연 재개 허가를 내줬다.


지난 17일 공연 전 꽃을 든 우크라이나 군인이 오페라극장 앞에서 서 있다. 오데사=AFP 연합뉴스

지난 17일 공연 전 꽃을 든 우크라이나 군인이 오페라극장 앞에서 서 있다. 오데사=AFP 연합뉴스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귀는 아직 멀다. 오페라극장 앞에는 방어용 모래주머니가 겹겹이 쌓여 있고, 공연 시작 전에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공연장 내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극장 수석 지휘자인 뱌체슬라우 체르누호볼리치는 "전쟁이 시작될 때 폭발과 사이렌 소리가 마치 2차 세계대전을 그린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겁이 났지만 인간은 또 적응하기 마련"이라며 "쉽지 않지만 문명의 승리를 믿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우크라이나 국가 연주로 막을 올렸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중창을 비롯해 오데사 태생의 작곡가 콘스탄틴 단케비치의 곡 등이 무대를 수놓았다. 엄격한 보안 규정으로 객석은 전체의 3분의 1만 찼지만, 공연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브라보" 외침과 함께 갈채가 쏟아졌다. 줄리엣을 연기한 소프라노 마리나 나즈미텐코는 "예술은 우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살아남고, 또 우리의 본질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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