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모욕해선 안 된다"는 마크롱… 배경엔 뿌리 깊은 친러 성향?

입력
2022.06.19 09:05
수정
2022.06.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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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역사적 맥락 분석

16일(현지시간) 독일·이탈리아 정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16일(현지시간) 독일·이탈리아 정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두둔성 발언으로 재차 입길에 오른 가운데 그 원인을 프랑스의 뿌리 깊은 친러 성향에서 찾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유화적 입장을 펴온 대표적 '비둘기파'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유독 프랑스에서는 러시아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친러 성향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롤 모델로 언급했던 표트르 대제가 파리를 방문한 17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랑스와 러시아 간 '문화적 밀월'은 뿌리 깊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마크 레너드 소장은 "전통적으로 프랑스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낭만적 감정이 있어 왔다"며 "다른 어느 나라보다 프랑스인들은 러시아와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를 문화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세기까지 많은 러시아 귀족이 프랑스어로 의사소통했고, 프랑스혁명을 피해 러시아로 넘어간 프랑스 망명객들은 이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1917년 볼셰비키혁명 때는 반대로 수많은 러시아 귀족과 예술가들이 파리를 피란처로 삼았다.

이는 곧 현대 프랑스 정치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게 외신 분석이다. 프랑스는 냉전이 절정이던 1960~1970년대에도 친러시아 정책을 펴왔던 대표적 나라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1966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광범위한 협력에 관한 조약을 맺기도 했다. 이로 인해 데탕트(화해)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일각에선 마크롱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드골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표시해온 만큼 드골의 노선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러시아어에 능숙했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2000년대 초반 푸틴 대통령과 한목소리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파리를 찾아 직접 조문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유화적 태도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이외에 그의 개인적 외교관도 영향을 미쳤다. 더타임스는 실비 베르만 전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의 말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유럽의 정책이 없다면 러시아는 중국의 품에 안기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국제사회 반발을 샀던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의식하듯 지난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유럽은 우크라이나 곁에 남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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