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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 EU회원 가입 반대 안해”… “군사작전 경제위기와 관련 없어”

입력
2022.06.18 10:46
수정
2022.06.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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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안보협력체 아냐, 경제협력체 가입 각국 권리”
“세계경제위기 미국ㆍEU 통화량 증가 결과”
“우크라가 기뢰 제거하고 흑해 통해 곡물 수출하라”
"대러 경제제재는 미친 짓, 러시아 경제 건재"
"美 주도 단극체제 종식"... "미국은 망상 버려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위기와 관련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 주도 단극체제의 종식을 재차 선언하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전체회의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안보 협력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 협력체에 가입하는 것은 어느 국가나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개전 직후 EU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오는 23~2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추진하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인 지난 3월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이 어렵다는 걸 안다”며 사실상 포기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최근의 최근의 세계 경제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식량·에너지 위기 등의 글로벌 경제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군사작전은 이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7개국(G7)의 수년간에 걸친 무책임한 거시경제 정책의 결과라고 책임을 돌린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국제 곡물가 급등에 책임이 없다면서 미국 등의 통화 남발과 국제시장에서의 식량 구매가 근본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미국의 통화량은 38%, EU의 통화량은 20% 증대했다"면서 "서방은 진공청소기처럼 빈국의 상품들을 빨아들였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인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질에도 러시아의 책임을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저지하고 있지 않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기뢰를 제거하고 운송하라. 우리는 민간 선박들의 운항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크라이나가 확보하고 있는 500만~600만t의 밀과 700만t의 옥수수는 세계 시장 판도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미친 짓'이자 '무모한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이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러시아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경제는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을 향해서는 주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엘리트들이 남의 의견에 놀아나며 유럽과 유럽 기업의 진정한 이익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단극체제는 끝났다는 주장도 되풀이 했다. 푸틴 대통령은 "1년 반 전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할 때 단극 세계질서 시대는 끝났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며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은 "냉전에서 승리했을 때, 미국은 지구상에서 자신을 신의 대리인으로 선언했다"며 "(이들은) 책임은 없고 이익만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런 이익을 신성시했고, 이제 일방통행으로 세상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망상 속에서 과거를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겼고 나머지는 모두 식민지, 뒷마당이며 그곳 사람들은 2등 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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