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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살상 무기, 미국산 부품으로 만들었나... FBI '실태 조사'

입력
2022.06.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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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상무부, 전자부품 제조사에 요원 보내
우크라 전장의 러 무기·군사장비서 발견
러 크림반도 점령 2014년 제재 이후 제조 상당수
“러 무전기 부품 식별표시 지워져 있어”
인텔ㆍON 반도체ㆍTI, “대러 제재 준수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광장에서 12일 시민들이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과 로켓포탄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키이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광장에서 12일 시민들이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과 로켓포탄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키이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불똥이 미국·유럽의 전자 부품 기업들에까지 튀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의 무기와 군사장비에 사용된 전자부품을 미국 기업들이 공급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전자 부품 수출을 금지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기업들이 줄줄이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과 상무부는 전자부품 제조업체에 요원들을 보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회수한 러시아군의 레이더 시스템, 드론, 탱크, 지상제어장비(GCE), 연안함 등에서 미국산 부품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영국 비정부기구 분쟁군비연구소(Conflict Armament ResearchㆍCA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서 발견된 러시아군 무전기와 남부 미콜라이우에 떨어진 러시아군의 미사일 파편 등에서 2017~2020년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나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도 "러시아군의 전파방해장치에 인텔, 아날로그 디바이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ON 반도체 등 미국 기업 12곳이 2015년 이후 제조한 전자 칩이 사용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 허가 없이 최첨단 군사용 전자 칩을 러시아 등 적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4년 이후에는 정부 허가증을 받은 유통업자에게만 수출 권한을 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러시아에 대한 전자 칩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현재로선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를 어겼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수거된 전자 칩 중 일부에서는 미국과 서방에서 생산됐다는 식별 표시를 고의로 지운 흔적이 발견됐다. 데미안 스플리터스 CAR 조사관은 "러시아가 무기 부품 공급에 누가 관여했는지를 감추려고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윌리엄 모스 인텔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인텔의 부품 수출은 합법적 유통업체를 통해 이뤄졌다"고 WP에 말했다. ON 반도체 측도 “러시아 군사장비에서 발견된 전자 칩 중 하나는 2008년 생산이 중단된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측도 "우리는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한다"고 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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