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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세베로도네츠크 대부분 장악…서방은 전쟁 '피로감'에 지원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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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전략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이 결사 항전하고 있지만, 외부와 차단된 채 집중 공격당하고 결국 ‘죽음의 도시’가 된 마리우폴의 악몽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추가 지원이 절실하지만, 서방국의 대(對)러시아 단일대오는 빠르게 금 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는 “한 달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대부분을 장악했다”며 “러시아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한 아조트 화학공장 주위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세베로도네츠크 운명은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롭다. 러시아군은 전날 도시와 강 건너 외부 지역을 연결하는 마지막 다리를 파괴했다. 1만2,000명 민간인의 대피 통로를 끊은 것은 물론, 인도적 보급품을 보내는 것조차 막으며 도시의 숨통을 조였다. 고사 작전을 펴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세베로도네츠크는 이미 제2의 마리우폴이다. 봉쇄→집중 포격→항복 요구 등 일련의 과정은 지난달 마리우폴 함락 직전 수순과 같다. 특히 저항 거점 아조트 화학공장에서의 투쟁은 빛도 물도 없는 ‘생지옥’에서 80일간 사투를 벌였던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현재 공장 내에는 민간인 500명과 군인 300명이 식량, 의약품 부족 속에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돕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목적지가 러시아가 점령한 도시 스바토보인 까닭이다. 앞서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민간인들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를 거쳐 러시아 땅인 시베리아와 연해주 등으로 사실상 ‘강제 이주’된 점을 감안하면, 세베로도네츠크 주민들의 앞날도 안갯속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한층 어두워졌다. 세베로도네츠크는 루한스크주(州)에서 러시아 손에 넘어가지 않은 유일한 도시다. 이곳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동부 지역 대부분을 수중에 넣게 된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중·서부지역으로 진격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돈바스 지역 전투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한다”며 “수도 키이우 역시 러시아의 ‘결승선’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부를 넘어 또다시 우크라이나 전역을 노릴 가능성이 큰 만큼, 서방이 보다 적극적으로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호소다. AP통신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뒤 남부 오데사와 북동부 제2 도시 하르키우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 ‘변곡점’에 들어섰지만, 서방의 단결력은 연일 악화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저항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서방의 무기 지원에 달려있다”며 더 많은 중화기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유럽 내에서는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이날 유럽 외교안보 싱크탱크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가 10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해서라도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답변은 35%, ‘러시아 응징이 우선’이라는 의견은 22%였다. 응답자의 20%는 부동층이었다. 전쟁 장기화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쟁 피로감이 쌓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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