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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기름 팔아 전쟁 전보다 돈 더 벌었다"… 미국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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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징벌적 제재’는 결국 실패로 끝날까.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인정했다. ①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데다 ②러시아가 판로가 막힌 유럽 대신 중국과 인도로의 수출량을 늘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고는 더 두둑해졌다. 서방의 시도가 무색해진 셈이다. 자신감이 커진 푸틴 대통령은 되레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를 끊지 못한다"며 큰소리쳤다.
9일(현지시간)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는 상원 유럽ㆍ지역안보협력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로 전쟁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느냐”는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3월과 지난달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원 부문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비(非)군사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여겨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회의론도 나왔다. 전 세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심각한 상황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면 오히려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3달러(약 15만5,000원)를 넘어서면서 3개월래 최고치에 근접했고, 유가 상승 분위기 속에 지난달 러시아 원유 수출 수익은 월 200억 달러(약 25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보다 50% 증가한 액수"(국제에너지기구ㆍIEA)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치솟은 유가 덕에 러시아는 아무 손실도 입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자극에도 서방은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호치스타인 특사의 발언으로 '불편한 상황'이 공론화됐다. 그의 청문회 답변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해석됐다. 러시아의 주장을 미 당국자가 사실상 공개적으로 인정한 모양새가 된 것도 서방으로선 뼈아픈 대목일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제재의 또 다른 ‘구멍’이다. 양국은 전쟁 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러시아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면서 결과적으로 푸틴의 주머니를 채웠다. 전쟁 직전까지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평균 3만 배럴씩 사들였지만, 지난달에는 수입량을 일 평균 84만 배럴까지 늘렸다. 이달에는 100만 배럴에 육박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4월 중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17만5,000배럴로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보다 11% 증가했다. 호치스타인 특사는 “중국과 인도가 헐값에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했지만, 이미 시장 가격이 급등한 터라 러시아의 판매 수익은 전쟁 이전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종식은 더 멀어지게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소모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늘어난 전쟁 자금을 바탕으로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게 된 탓이다. 영국 가디언은 “제재가 푸틴의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며 “러시아의 철군은 더욱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비웃기까지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모스크바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서방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년간 스스로 끊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에너지) 기업의 이익도 증가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유정(油井)을 폐쇄할 일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제정 러시아 초대 황제인 표트르 대제에 비유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표트르 대제가 18세기 스웨덴과 벌인 북방전쟁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손에 넣은 점을 언급하며 “잃었던 땅을 찾고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 역시 ‘침공’이 아니라 기존의 영토를 되찾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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