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까지 '메타'로 바꿨는데...늦어지는 메타버스에 속타들어간다

입력
2022.06.10 1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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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플랫폼 '크레이타', 페이스북에 통합
리얼리티 랩스 직원은 대대적 감축
"누적된 적자에 단기적 성과 개선 나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서밋 오브 아메리카 행사장에서 한 방문객이 메타 부스에서 VR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서밋 오브 아메리카 행사장에서 한 방문객이 메타 부스에서 VR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메타버스에 '올인'하면서 회사 이름까지 바꾼 페이스북 운용사 메타(Meta)가 쌓이는 적자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메타버스가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장기 투자 대신 당장 눈앞의 수익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메타는 이날 게임 개발 플랫폼 '크레이타'를 페이스북 게이밍의 플랫폼에 통합한다고 밝혔다. 크레이타는 메타가 지난해 6월 인수한 게임사 유닛2게임즈가 만든 3차원(3D) 게임 플랫폼이다. 코딩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3D 플랫폼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자 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30억 이용자' 페이스북에 메타버스 통합...대대적 인원 감축도

메타의 게임개발 플랫폼 크레이타. 크레이타 홈페이지

메타의 게임개발 플랫폼 크레이타. 크레이타 홈페이지


크레이타①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로블록스와 유사한 형태인 데다, ②메타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또다른 메타버스 '호라이즌 월드'와 달리 이용 시 가상현실(VR) 기기가 필요하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는 크레이타를 이용자 수 3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과 연계해 당장의 이용자와 매출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를 대상으로 큰 폭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일부에서는 장기 투자보다 단기 수익성 강화로 메타버스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리얼리티 랩스는 메타 내에서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하드웨어와 메타버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부로,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 기술 개발과 투자,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1년 적자만 12조 원..."메타버스 현실화에 10~15년 소요"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 AP 연합뉴스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 AP 연합뉴스


메타의 이러한 광폭 행보의 배경에는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메타버스 산업의 더딘 성장 속도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메타의 가상현실 부문(리얼리티 랩스)의 매출은 22억7,400만 달러(약 2조7,000억 원)로 앱 서비스 부문(1,156억 달러)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가상현실 부문 영업손실도 2019년 45억3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101억9,300만 달러(약 12조3,000억 원)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적자 폭만 키웠다. 가장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만 봐도 영업손실이 29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 달해 지표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부문의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메타버스 사업부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 성장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최근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14년 만에 회사를 떠났을 만큼 사내 분위기도 흉흉하다.

업계에선 메타의 새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닉 클레그 메타 홍보담당 부사장도 올해 초 "메타버스가 완전히 현실화되기까지 10~15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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