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도시' 돼 가는 돈바스…시신 쌓인 마리우폴엔 '콜레라'까지

입력
2022.06.07 18:31
수정
2022.06.07 18:3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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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세베로도네츠크, 죽음의 도시로 변해"
고립된 주민 1만5,000여 명, 제2 마리우폴 우려
마리우폴엔 시신 널브러지고, 콜레라 발병
전쟁 장기화에 국제사회 러시아 향한 비판 고조

4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솔다르의 한 주택에서 여성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솔다르=AFP 연합뉴스

4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솔다르의 한 주택에서 여성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솔다르=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초토화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집중포화로 마을은 쑥대밭이 됐고, 민간인 희생은 줄을 잇는다. 러시아의 손아귀에 들어간 동남부 마리우폴에서는 부패한 시신이 쌓여 전염병마저 돌면서 남은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동부 전선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로도네츠크를 방어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더 많고 강력해 동부 전선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죽음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영웅들은 진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우리에게는 공격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동부 격전지 리시찬스크와 바흐무트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리시찬스크=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동부 격전지 리시찬스크와 바흐무트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리시찬스크=AFP 연합뉴스

연일 이어지는 격전에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날 밤에도 세베로도네츠크와 인근 리시찬스크, 바흐무트 등 최소 20개 마을이 러시아군에 포격을 당했고, 민간인 2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세베로도네츠크에는 약 1만5,000명의 주민이 대피하지 못하고 고립돼, 유사한 공격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마리우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도시 내 전기와 가스, 수도 시설 등도 대부분 파괴됐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마리우폴에서는 콜레라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더미가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이 콜레라와 이질, 기타 질병에 취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검역을 위해 마리우폴을 봉쇄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전염병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수백 구의 시체가 건물 잔해 속에서 썩고 있다”며 “병균이 통제되지 않고 퍼질 경우 수천 명의 민간인이 추가로 사망하는 더 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4월 25일 자원봉사자들과 구조요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4월 25일 자원봉사자들과 구조요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5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우크라이나 동부 리시찬스크 건물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다. 리시찬스크=AFP 연합뉴스

5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우크라이나 동부 리시찬스크 건물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다. 리시찬스크=AFP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전쟁 장기화에 따른 책임을 추궁했다. 프라밀라 패튼 유엔 분쟁 성폭력 특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피란하는 우크라이나 여성과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와 착취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특히 성폭력은 피란처를 찾는 동안 가장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범죄”라고 꼬집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도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는 식량을 개발도상국에 대한 스텔스 미사일로 활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촉발한 러시아의 흑해 봉쇄를 비판했다. 러시아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자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회의 도중 퇴장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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