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00일] 푸틴의 전쟁, 전 세계 경제를 흔들다

입력
2022.06.03 05: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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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고물가·경기침체 3중고 덮쳐
밀 가격 연초 대비 60% 올라 최고치
유로존 에너지 가격은 전년比 40%↑
경기침체 우려, 중앙은행 긴축 속도전

미국 달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달러.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이 흔들어놓은 건 우크라이나인들의 삶뿐만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려던 글로벌 경제에 ‘식량난ㆍ고물가ㆍ경기침체’라는 3중고를 떠안겼다.

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전쟁으로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세계 각국의 식량난은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유럽 최대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의 해상 수출길이 막히면서 전체 밀 수입 5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에선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각 나라 곡물 재고가 소진되는 7월까지 러시아가 흑해 봉쇄조치를 풀지 않는다면 ‘식량 재앙’이 현실화할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밥상 물가도 경고음이 울렸다. 공급부족으로 세계 곡물시장에서 밀 가격은 올 초보다 60%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전쟁의 불똥은 에너지 분야에도 튀었다. 러시아산 원유ㆍ천연가스 수입 금지라는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에너지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9.2%나 뛰었다. 독일의 경우 “오일쇼크(1973년 말~74년 초) 이후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는 분석(독일 통계청)마저 나온다. 유럽이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검토하면서 아시아 국가 에너지 수급마저 험로가 예고됐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L)당 4.6달러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와 식량가격 급등은 세계 각국에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8.1% 상승,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역시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8.3%에 달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고물가는 글로벌 경기에 ‘날개 없는 비행기’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미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4.1%에서 3.2%로 끌어내렸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식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세계 경제를 침체(recession)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팬데믹에 대응해 돈 풀기에 나섰던 주요국 중앙은행은 서둘러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QT)으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정책 수단이 많지 않은 빈곤국은 물가상승에 더해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 △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또 다른 난관에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스리랑카가 지난달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파키스탄, 튀니지 등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해 디폴트 위기에 빠진 나라도 여럿이다. ‘전쟁은 두 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교훈이 전 세계에 각인되고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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