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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메르켈… "야만적 침략전쟁 종식 노력 지지"

입력
2022.06.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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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때 러시아산 가스 도입 등 친러 정책 도마
러軍 민간학살 언급하며 "우크라 자위권 지지"

지난 2월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퇴임 후 6개월만에 침묵을 깼다. 러시아산(産) 가스 도입 등 재임 시절 각종 친러 정책으로 ‘침공 책임론’까지 불거졌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를 짓밟은 러시아를 강력 비판했다.

1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베를린에서 열린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조연맹 위원장 퇴임식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역사의 심각한 단절”이라고 규탄했다. 1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작년 12월 물러난 그가 공개석상에서 국제적 현안에 대해 발언한 건 퇴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야만적 침략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등이 수행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데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을 언급하며 “평화와 자유를 결코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러시아에 보였던 유화적 태도 탓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직접 공급하는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를 강행한 점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방 국가들로부터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비판 받았다.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돈바스 영토를 두고 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현 올라프 숄츠 총리 체제에서도 대러 압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들어야 했던 독일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에서 열린 예산 토론회에서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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