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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요충지 장악 코앞이지만… 되풀이되는 러시아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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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州) 전략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가 함락 위기에 놓였다. 개전(開戰) 100일을 사흘 앞두고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벌이면서 도시 대부분이 사실상 러시아 통제권에 들어갔다.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하고 무기ㆍ병력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얻은 성과지만,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 북부 전선에서의 실패 과정도 답습하면서 전쟁의 향방을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보름 넘게 격전이 벌어졌던 세베로도네츠크 지역 대부분이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세베로도네츠크 주요 기반시설 100%가 파괴됐고 주택의 90%는 손상을 입었으며, 이 중 60%는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도시 대부분이 러시아 통제하에 있다”며 “전체가 봉쇄된 것은 아니지만 교전이 이어지면서 주민 대피는 불가능한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 화학 공장을 공습하면서 독성 질산 탱크가 폭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날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주황색 버섯구름이 하늘로 치솟는 사진을 올리며 “주민들은 절대 은신처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세베로도네츠크가 대규모 산업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군이 극도로 위험한 화학시설을 조준 폭격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학시설 공격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북부 전선에서 물러난 러시아군은 4월 ‘2단계 작전’을 선언하고 돈바스에 전력을 집중해왔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루한스크주 행정 중심지인 세베로도네츠크를 봉쇄한 채 집중 타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군수물자가 세베로도네츠크를 통해 동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급로가 막혀 돈바스 방어선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속도전보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지만 집요한 공격’으로 지역을 초토화하며 전진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이 앞서 노출했던 실수를 돈바스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리는 러시아 공군이 공습을 위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넘은 뒤 재빨리 러시아 영공으로 되돌아오는 패턴을 보이는 점을 두고 “전쟁 초기의 위험 회피 행동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공권을 장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 사령관 부재가 반복되는 점도 꼬집었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작전을 지시할 뿐, 전장에서는 별도의 사령관을 두지 않았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으로 수세에 몰리자 지난 4월 ‘시리아 도살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을 현장 사령관으로 임명했지만, 그가 최근 2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또다시 사령관이 부재한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심심찮게 성공하고 있는 점도 이런 러시아군의 허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제2도시 북동부 하르키우 일부 지역을 탈환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에서도 반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다시 손에 넣을 경우 남부 지역과 주요 해안선을 통제할 수 있어 돈바스 점령을 넘어 더욱 서진(西進)하려는 러시아를 방어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과 독일 등 서방이 최첨단무기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날 NYT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의 목표물을 더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첨단 무기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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