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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원격근무인데... 카카오 직원들 "반발"·네이버는 "괜찮아"

입력
2022.06.01 16:00
수정
2022.06.01 16:4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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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7월 원격근무제 '메타버스 근무제' 시행 앞두고
카카오 직원들 불만 나와...하루 만에 "다시 검토"
직원들 "지나친 간섭·업무 효율성 저하"
②'커넥티드 워크' 추진 밝힌 네이버는 대체로 긍정
4,700여 명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반영해 설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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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보통신(IT)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전면 원격근무제 도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네이버 직원들은 환영한 반면, 카카오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직원들의 반발에 남궁훈 대표가 새 근무제 발표 하루 만에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한발 물러서기까지 했다.

네이버 '커넥티드 워크'·카카오 '메타버스 근무제'...어떻게 다른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4월 13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4월 13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보다 더 본질적인 일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7월부터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의 새 근무제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다.

네이버에 따르면, 커넥티드 워크는 사무실 출근, 원격근무 등 근무 형태를 회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새로운 근무제다. 네이버 직원들은 ①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기반으로 하는 '타입 O'와 ②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타입 R'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설사 원격근무 체제인 타입 R를 선택했더라도 사무실 출근이 가능하다. 회사 측이 공용 좌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 3일 사무실로 나오는 타입 O도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 출근하는 날짜를 원하는 대로 바꾸거나 이번 주에 5일 출근했다면, 다음주는 내내 회사로 나올 필요 없이 재택이 가능하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4월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4월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지난 2년 동안 원격근무를 경험해본 결과, 업무를 하는 데 물리적 공간보다는 연결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결론내렸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도 다음 달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메타버스 근무제는 근무 장소에 상관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동료와 항상 연결돼 온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하는 방식이다. 주 5일 중 4일은 원격근무, 1일은 출근해 팀원들과 대면 회의를 진행한다. 대면 회의 장소는 꼭 사무실일 필요는 없다. 카페 등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원격근무로 전환하는 대신 텍스트와 음성, 영상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동료와 실시간 협업을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자신이 고른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되, 음성 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해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회사가 원격근무제를 도입한 밑바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IT 업계를 중심으로 "꼭 출근하지 않아도 생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모두 새 근무제 도입을 두고 "어디서 일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5분 대기조?'" 카카오 직원들은 반발... 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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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같은 원격근무 형태를 택했지만 카카오에서는 새 근무제 도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파열음이 나왔다.

카카오 직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한 것은 ①일하는 시간 내내 '음성채널에 실시간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메타버스 근무제에서 직원은 팀원과 소통을 위해 음성채팅 프로그램 디스코드에 실시간으로 접속해 있어야 한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 일하는 동안 마이크와 스피커에 연결돼 있는 건 지나친 간섭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결'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직원들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마치 우리가 '5분 대기조'가 된 것 같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②오후 1~5시는 반드시 일해야 한다는 '코어타임(집중근무)' 제도가 새로 만들어져 유연 근무제의 본질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결국 카카오는 원격근무제 도입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인 31일 근무제의 세부 사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 근무 제도 자체가 아니라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라며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해 소통을 통해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효율성 저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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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원격근무제 같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구성원들과 내부 소통을 충분히 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근무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새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직원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무제를 설계했고, 이 때문에 내부 반발이 적었다. 또 근무제를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눠 직원들의 업무 방식이나 선호도를 보장해 줬다. 카카오도 뒤늦게 음성채널 접속과 관련 일정 기간 테스트를 한 뒤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이미 업무 성과로 직원을 평가하는 체계를 만든 만큼 지나친 통제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초기 일부 기업에서 재택근무 때 5분 이상 자리를 비우지 못하도록 알람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인사팀이 갑자기 재택근무 직원이 일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카카오의 사례는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라며 "기업은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만 평가하면 되는 만큼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무제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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