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시아 본토 공격 로켓은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겠다"

입력
2022.05.31 19:04
수정
2022.05.31 19:4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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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로켓 지원은 레드 라인 넘는 것" 러 반박 의식
우크라 “지원 없으면 러에 승리할 수 없을 것” 실망
러군 세베로도네츠크 점령 직전, 하르키우 폭격 재개
CNN "로켓 아니라도 장거리 공격 무기 공급 가능"

영국군의 장거리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이 27일 라트비아의 한 군사기지에서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인츠 칼닌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군의 장거리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이 27일 라트비아의 한 군사기지에서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인츠 칼닌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해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장거리 로켓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발언인데, 동부 돈바스가 러시아군에 완전히 점령당할 경우 전쟁이 돌이킬 수 없는 양상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로켓시스템 지원을 준비 중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로켓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 사정거리가 수백㎞에 달하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실제 MLRS 지원이 이뤄질 경우 사거리와 파괴력 측면에서 이번 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북동부 제2도시 하르키우 등에서 발사할 경우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가 방어를 넘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서방과의 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 국토를 공격할 수 있는 서방의 무기 지원은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어선 것”이라며 “러시아군의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장거리 로켓 지원 불가에 우크라이나는 좌절하는 빛이 역력하다. CNN에 따르면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미국이 장거리 로켓 지원을 철회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합리적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관건은 전쟁의 양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느냐다. 현재 돈바스 지역의 80%는 러시아군의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군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세베로도네츠크는 러시아군에 함락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31일 세르히 헤이데이 루한스크주 지방군 사령관은 “불행히도 시의 일부가 러시아군에 통제되고 있고, 러시아군은 시내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곳에는 민간인 1만5,000명이 물, 식량, 의약품, 전기 공급이 중단된 채 (마리우폴처럼) 학살 위험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 남서쪽의 리시찬스크에도 미사일 공습과 포격을 퍼부었다고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가 전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완전 점령할 경우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돈바스 해방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던 러시아가 돈바스 점령으로 전쟁을 멈출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앞서 철군했던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와 수미는 물론 하르키우에도 폭격을 재개했다. 언제든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장거리 공격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CNN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을 지원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IMARS는 MLRS보다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나며 사거리는 최대 300㎞에 이른다. CNN은 “미국 정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보낸 (사거리 150㎞ 안팎의) 곡사포보다 사정거리가 긴 무기를 지원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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