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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깐느 박’… 칸영화제 경쟁 4번 진출해 3번 수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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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데뷔작을 내놓은 지 30년이 된 해입니다. 축하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어요.”
박찬욱 감독은 시종 엷은 미소를 띠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후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유를 잃지 않았다.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대가다운 풍모였다.
박 감독은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감독이 됐다. 가수 이승철과 나현희가 출연한 영화였다. 삶이 엇갈린 이복형제 이야기에 조직폭력배와 두목 여인의 사랑을 포갠 영화다. 29세라는 젊은 나이로 감독 데뷔 꿈을 이뤘으나 흥행은 저조했다. 평단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기도 했다. 두 번째 영화 ‘삼인조’(1997)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은 영화가 잇달아 실패하며 살길이 막막해지자 잠시 영화평론 활동을 했다. 영화광답게 해박한 영화지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글을 써 충성 독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반전은 있었다. 흑백 단편영화 ‘심판’(1999)을 기점으로 박 감독은 달라졌다. 박 감독은 2005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심판’을 만든 이후) 나는 나 자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심판’을 통해 영화에 눈이 새롭게 뜨였다는 의미였다. ‘심판’은 시체안치소에 모인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위선을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흥행에 성공하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영화인으로 변신했다.
‘복수는 나의 것’(2002)은 흥행에 참패했으나 완성도에 대한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올드 보이’(2003)는 박 감독의 위상을 세계로 끌어올렸다. 세계 첫 상영작 초청을 원칙으로 하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2004년 깜짝 초청돼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깐느 박’(칸의 일반적인 명칭인 깐느에 박 감독의 성을 붙인 별명)의 시작이었다.
‘친절한 금자씨’(2005)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를 유행어로 남겼다. ‘박쥐’(2009)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인으로서는 유일한 두 번째 칸 수상이었다.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출연한 ‘스토커’(2013)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아가씨’(2016)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찾았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2017년 영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을 한국 영화 최초로 받았다. 영국 BBC 6부작 첩보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만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박 감독은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칸에서 3번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날 ‘브로커’의 송강호가 받은 남자배우상을 포함해 국내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횟수는 8번이다. 임권택 감독이 2003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2007년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자배우상을,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봉준호 감독이 2019년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각각 받았다.
박 감독은 28일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상의 기쁨보다는 영화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극장을 한동안 멀리했다가 다시 극장을 찾았을 때 느낀 충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란 이런 거구나 새삼 생각하며 소명 의식이 생길 정도로 놀랐다”며 “영화의 기본에 좀 더 깊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고 ‘헤어질 결심’이 그런 형태를 갖게 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칸영화제 수상 의미를 묻자 “상은 받는 것도 좋지만 솔직히 말해 제일 중요한 것은 홍보 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개봉할 때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이 영화 제목을 접하고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로커'는 다음 달 9일, ‘헤어질 결심’은 29일 각각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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