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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보다 높은 수준의 연대와 지원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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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위해, 가족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끝내 살아남고 싶습니다.”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만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군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을 이렇게 설명했다. 총탄과 폭탄이 쏟아지는 고국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지만, 그는 “한국도 앞으로 대(對)러시아 압박 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하는 외교적 노력으로 고국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러시아가 침공한 지 85일째인 이날까지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동맹의 전례 없는 지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통 자수가 놓인 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응한 포노마렌코 대사는 이날이 자국 명절인 '비쉬반카(우크라이나 전통 의상)의 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리 땅에서 벌이는 만행을 보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게 명확해 보인다"며 "우리 문화와 전통, 자부심과 저항을 상징하는 이 옷을 기념하는 오늘이 유독 특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침공 명분으로 "나치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민족과 문화, 역사를 지우려 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오히려 이들의 행태가 나치와 닮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주요 목표는 우크라이나 역사를 말살하는 것과 함께 경제도 완전히 파괴해 '실패한 국가'(failed state)로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경제력이 쇠퇴하면 추후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이나 영향력에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전쟁이 길어지며 갈수록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 30% 이상이 파괴됐고, 모든 피해를 합치면 1조 달러(약 1,270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그는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경제 파탄은 곧 4억 명 넘는 취약국 국민들의 기근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시대에 전쟁은 한 국가만의 위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5년 5월~12월 민스크 협정의 조건 이행 협상에 참여했다는 포노마렌코 대사는 전후 평화 정착을 위한 조건 두 가지를 제시했다. 다수의 안전 보장국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메커니즘과 비슷한 수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의 완전한 철군이 그것이다. 그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을 러시아에 넘기고 평화를 얻어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영토 양보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어떤 협상이든 그 내용은 정부가 결정할 게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투표든 협상이든 사회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한국 사회에 연신 감사의 뜻을 밝혔다. 특히 전후 재건에 앞장서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한국 기업이 다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기업명을) 밝힐 순 없지만,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전면 침공 소식이 전해진 첫날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느냐'라고 대사관에 물어왔다며 "저금통을 털어온 아이들부터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까지 모든 헌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이전 정부보다 높은 수준의 연대와 지원을 요청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전 정부의 태도를 가장 좋게 표현해도 미온적(lukewarm)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국익도 중요하다는 걸 잘 알지만, 경제 논리에 선행하는 보편적 가치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많은 여야 의원들과 만나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이런 지지가 실제 정치적 결정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우크라이나는 한국인들의 선행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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