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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러 병사에 종신형 구형...유족 "우리 아이들 구할 수 있다면 러시아 돌려보내도 괜찮아"

입력
2022.05.20 16:12
수정
2022.05.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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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검찰, 시시마린 하사에 종신형 구형
“함께 차에 탔던 다른 병사가 쏘라고 압박”
피해자 부인에 “용서를 구합니다"사과
유족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러 왔나” 울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전범 재판에 출석한 러시아군 병사 바딤 시시마린이 피고인석에 설치된 보호용 유리 안에서 고개를 떨구고 서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전범 재판에 출석한 러시아군 병사 바딤 시시마린이 피고인석에 설치된 보호용 유리 안에서 고개를 떨구고 서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열린 첫 전범재판에서 우크라이나 검찰이 민간인 살해 혐의를 받는 러시아 군인에게 종신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해당 군인은 법정에서 재차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용서를 받지는 못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법원에서 열린 러시아 육군 칸테미로프스카야 전차사단 소속 바딤 시시마린(21) 하사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종신형을 구형했다. 시시마린 하사는 개전 사흘 뒤인 2월 28일 오전 11시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의 추파히우카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남성(62)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시시마린 하사는 전날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도 그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러시아에 있는 본대에 합류하려고 훔친 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던 중 피해자를 겨냥해 서너 발을 근접 사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건 당시 함께 차에 타고 있던 다른 러시아 군인이 적진에서 자신들의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강압적인 어조로 자신이 피해자에게 총을 쏘지 않으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그를 압박한 이는 상관이 아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일반 병사라고 진술했다. 시시마린 하사는 그의 말을 따를 의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날 법정에서 시시마린 하사는 숨진 남성의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는 "당신이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부인은 BBC에 “시시마린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이러한 범죄에 대해선 그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부인은 참혹하고 비극적인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피해자의 부인은 당일 집 밖 멀리서 총소리를 듣고 곧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남편에게 달려 나갔지만 그는 머리에 총을 맞고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나는 아주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그는 “소총을 든 젊은 남자를 기억한다”며 시시마린 하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회색과 파란색 조합의 후드 티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온 시시마린 하사는 피해자의 부인이 증언하는 동안 피고인석에 설치된 보호용 유리 상자 안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피해자의 부인은 시시마린 하사를 향해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려고 여기까지 왔나. 내 남편이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부인은 “러시아군의 공세가 집중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면 시시마린 하사를 석방해 러시아로 돌려보내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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