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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필요성 공감하지만… "주민투표·감사청구·소환 경험 없다" 79%

입력
2022.05.21 04:30
16면

응답자 71% '지방선거 관심 있다'
투표참여 의향은 82%로 높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 여전히 미비



2022년 6월 1일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접 선거가 시작된 이래 대한민국은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며 더욱 발전해오고 있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민의 ‘낮은 참여’가 한계로 지적되며,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국민이 지방자치 그리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실제로 지방자치에서 참여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지방자치를 주민참여의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명지대학교 미래정책센터는 한국리서치와 함께 4월 22~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제8회 지방선거, 71%가 ‘관심 있다’, 투표 참여에 대한 의향 80% 이상

지방자치에 있어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유형은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참여는 투표일 것이다. 특히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해당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투표 의향을 살펴보았다. 응답자의 71%는 이번 지방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실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82%,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6%, 모르겠다는 응답은 12%였다. 여론조사상 투표의향이 실제 투표율보다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2018년에 치러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이 60%였던 것과 비교하자면 그보다 많은 응답자가 투표참여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투표 참여 의사를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 있을까. 이번 지방선거는 올해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연장선상의 선거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기에,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유권자가 인지하여 해당 선거에 참여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 “지방자치제도가 나의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라는 질문 항목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31%에 불과했으며, “지방자치는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라는 항목에는 긍정적 응답도 47%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렇듯 한국인의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선출직 후보자 투표 외에 주민참여 경험이 없는 국민이 더 많아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일지라도 많은 국민이 지방자치에 참여한 상태에서 나타난 평가라면 개선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다수의 국민이 지방자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참여 부족으로부터 기인한 것일 수 있다. 투표 참여 외에 다른 지방자치 활동에 대해서 국민의 참여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법을 통해 주민 조례제정 및 개폐 청구, 주민 감사청구,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소송의 주민직접참여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문화, 교육, 체육 등의 프로그램과 자원봉사활동 등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행안부는 주민자치회 제도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있어서 국민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우선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및 자원봉사에 대해서는 31%의 응답자가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여,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의 약 3분의 1은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만족한다는 응답이 80%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여성, 그리고 지방 거주자일수록 주민자치센터 활동에 많이 참여했으며, 정치적 효능감이 높을수록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은 지역 내 문화센터와 같이 자치보다는 문화 여가 위주이다. 그렇기에 그보다 주민자치위원회나 지방자치법에서 보장하는 주민 직접참여제도 등이 지방자치에 있어서 주민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회의 전신으로 1999년부터 주민의 지방자치 참여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어온 제도이다. 현재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보다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기능을 가지는 대안으로서, 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설치의 근거를 마련하여, 2021년 12월 기준 16개 시도, 136개 시군구, 1,013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실시 중이다. 이러한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한국 지방자치에 오랜 기간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는 주민자치회 외에도 주민이 직접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존재한다. 주민투표제도는 1994년, 조례제정 개폐 청구 제도와 주민 감사청구제도는 1999년, 주민 소송제도는 2005년, 주민 소환제도는 2006년에 법제화되었다. 이러한 제도에 대해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질문한 결과, 단 하나도 참여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79%로 나타났다. 해당 제도들이 법제화된 지 15~20여 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이에 대해 대다수 응답자가 참여해본 경험이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있어서 주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고 20년 이상 주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이에 대해 대다수가 알지 못하고, 참여한 경험도 전무하다는 것은 한국의 지방자치에 있어서 주민의 참여가 어떠한 현실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지역 내 문제 발생 시 지자체 소속 인사에게 가장 먼저 도움 청할 것" 82%


민주주의에서의 참여는 가장 기본이다. 따라서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민주주의, 자치의 주체인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자치는 제대로 된 풀뿌리 민주주의 및 지방자치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방자치에 희망은 없는가.

여러 지방자치 내 주민참여제도에 대한 실제적 참여는 높지 않지만, 응답자의 대다수는 지역 내에 문제가 발생할 시에 82%가 지방자치단체 소속 인사를 찾아가겠다고 응답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공무원에게는 43%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28%가 그리고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에게는 각각 5%, 6%가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 일반 공무원, 정당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응답과 비교했을 때 약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지역 내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가 주민에게 필요한 기관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지역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효율적이다”라는 질문에도 56%가 “그렇다”라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비록 지방자치에 대한 참여는 저조하지만 국민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 한국의 지방자치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더욱 제고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이다.

한국의 지방자치 및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는 10점 만점에 4.8점으로 중간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 희망은 있다. 절차적, 조직적으로는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 제도로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는 직접참여제도와 그밖에 주민자치회 중심의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및 운영, 그리고 충분한 홍보를 통한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 행정자치에서 주민자치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한국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진주 명지대학교 미래정책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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