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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여탈권 거머쥔 푸틴… 마리우폴 전사들의 위태로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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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빼앗기지 않으려 끈질기게 저항하다가 결국 러시아 점령지로 이송된 ‘아조우스탈 제철소 전사’들이 생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정치권과 사법당국이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전쟁범죄로 처벌하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영웅’이자 ‘저항의 상징’인 아조우스탈 전사들을 굴복시켜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꺾겠다는 속셈도 깔려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AP통신 등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구금된 아조우스탈 전투원들을 데려오기 위해 포로교환을 추진 중이지만, 러시아는 “국제법에 따라 대우할 것”이라는 언급 외에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병사들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특히 마리우폴 방어 주력 부대인 아조우연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 명분으로 내세운 ‘탈나치화’의 표적인 탓에 포로교환은커녕 처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항복하거나 포로가 된 사람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하지만 나치에 관한 입장이 변해서는 안 된다”며 “아조우스탈 수비대는 전범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두마는 아조우스탈 수비대에 대한 포로 교환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초기 평화협상에 러시아 대표단으로 참여했던 레오니트 슬루츠키 의원도 아조우연대 병사들을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고 몰아세우며 “사형 집행 유예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법무부는 아조우연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첫 심리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테러 단체 지정 움직임은 향후 포로 교환 협상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연방수사국에 해당하는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심문할 계획”이라며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민간인에 대해 저지른 범죄로 기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조우스탈에는 병사 수백 명이 아직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남은 병사 구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전날에는 중상자 53명을 포함해 병사 260여 명이 아조우스탈에서 빠져나와 러시아 통제 지역으로 옮겨졌고,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마리우폴에서 “전투 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병사들의 무사 귀환은 우크라이나군의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포로로 잡힌 군인들을 처벌하려는 러시아의 위협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한 투항 조건의 실행 가능성과 아조우스탈에 남은 병사들이 협상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아조우스탈 철수 협상에서 군인들을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이나 중립국으로 대피시키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러시아 점령지로 대피시키는 것이 병사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사들의 안전을 누가 보장하는지, 포로 교환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항복 조건은 무엇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조우스탈 철수 협상에 참여한 키라 루딕 우크라이나 의원은 “포로 교환 방식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NYT에 말했다.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와 교환할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포로가 충분한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루딕 의원은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 등 국제기구가 러시아 점령지로 대피한 군인들의 안전을 보증했다”며 “그것이 우리가 철수에 동의한 유일한 이유다. 병사들은 끝까지 항전할 태세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손에 넣으면서 동부 및 남부 점령지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영토는 그만큼 더 넓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는 동부 거점 도시 루한스크부터 남부 헤르손까지 800㎞에 달하는 전선을 따라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선 도로와 다리도 끊었다. 전쟁 초기 점령한 유럽 최대 규모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단지에는 참호를 파고 콘크리트 방벽을 세워뒀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러시아는 장기적인 군사 점령에 대비해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요새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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