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獨, 우크라 EU 가입 지원하고 역사에 이름 남겨라"

입력
2022.05.16 14:49
수정
2022.05.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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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 동영상 메시지서
"최근 독일인들과 EU 가입 이성적 논의...
동결된 러시아 해외 자산, 우크라이나 위해 써야"
그간 지원 주저했던 독일에 우회적 불만 표출 분석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3일 G7 외무장관회담이 열린 독일 방겔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겔스=EPA 연합뉴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3일 G7 외무장관회담이 열린 독일 방겔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겔스=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독일의 지원을 환영하면서 유럽연합(EU) 가입 지원도 호소했다. 압류한 러시아 해외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도 재차 요청했다. 자국을 콕 집어 거론하자 독일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인디펜던트와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에서 “최근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해 독일인들과 매우 이성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관계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EU 가입 후보 자격을 얻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독일 엘리트들이 이 과정을 이끌어 유럽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EU를 이끌고 있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쿨레바 장관은 앞서 12일부터 3일 일정으로 독일 함부르크 인근 방겔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및 몰도바ㆍ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 독일 고위급 당국자들과 회동했다.

최근 독일이 중화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쿨레바 장관은 “독일이 심리적 장벽을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주 독일은 곡사포 7문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는데, 2차대전 전범국으로서 외국에 무기 지원을 꺼려왔던 독일이 세계적인 지원 압박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쿨레바 장관이 동영상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주는 선례가 생겼다”면서 “양국 관계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했다고 보도했다. 쿨레바 장관은 서방의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의 국외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도 재차 요구했다. 그는 “캐나다는 이미 러시아 자산을 동결해 우리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G7 외무장관들도 이런 방안을 환영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관료가 잇따라 자국을 직접 거론하자 독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데다,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주저했던 독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 자산을 전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독일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동결된 (러시아) 자금에 접근하는 것은 법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며 “독일 법은 물론 유럽 법원의 결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쿨레바 장관이 “G7 외무장관 모두 환영했다”고 밝히면서 독일의 입장이 난처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독일이 홀대한다고 판단한 우크라이나가 불만을 우회적으로 공개하면서 독일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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