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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를 덮친 화염…흑해 봉쇄하고 영토 장악 확대 노리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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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에서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를 넘어 남쪽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진 육로 회랑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심을 노골화하면서 연안 및 해상 전투가 격화하는 탓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남부 지역을 비롯해 더 광범위한 영토 장악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확대ㆍ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2014년 강제 병합한 남부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인근 항구도시 헤르손 등을 손에 넣은 뒤 군함을 앞세워 흑해를 물 샐 틈 없이 틀어막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제3도시이자 우크라이나 해상 무역 70%를 담당하는 서남부 오데사 항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전면 폐쇄됐다. 아직은 우크라이나가 지키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에는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포함해 미사일 7발이 호텔과 쇼핑몰 등을 강타,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당시 오데사를 방문 중이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긴급히 대피해야 했다. 오데사마저 함락당하면 러시아는 본토부터 크림반도를 거쳐 우크라이나 서남부까지 연결되는 육로 회랑을 완성하게 된다.
흑해는 화염으로 뒤덮이고 있다. 오데사에서 128㎞ 떨어진 뱀섬에서도 연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섬을 탈환하기 위해 공격용 드론과 전투기를 동원해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7일에는 러시아 상륙함과 군 시설을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루마니아, 몰도바와도 가까운 뱀섬은 흑해 제해권 장악에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라 러시아군도 필사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육상과 영공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해군력은 러시아에 크게 밀린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침몰시키면서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을 무너뜨렸으나, 전력 약화로 연결시키진 못했다. 최근 러시아는 흑해에서 운용하는 항공모함 수를 크게 늘렸다. 유럽정책분석센터가 최신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해군이 러시아군의 항구 봉쇄를 뚫을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한 배경이다.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넘어가 아조우해 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흑해 봉쇄까지 길어지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가 위태로워진다. NYT는 “러시아 해군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 경제난이 악화하고 세계적인 곡물 대란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곡물 수출을 재개해 전 세계 식량난을 막아야 한다”며 “오데사 항구 봉쇄를 끝낼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하더라도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러시아는 돈바스를 넘어서는 목표를 성취하려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돈바스에 이어서 흑해 연안을 장악한 뒤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진출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다.
돈바스도 함락 직전의 위기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자국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경계선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조만간 돈바스 전체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게 된다. NYT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남부 점령지를 연결할 수 있게 되면, 향후 휴전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40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 추가 원조 법안을 찬성 368표 대 반대 57표로 통과시켰다. 상원에서도 무난한 가결이 예상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노력을 지체할 수 없다”며 상원에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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