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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발언' 없던 푸틴… "우크라 전쟁 서방 탓" 책임 전가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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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맹탕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휴전 약속도, 우려했던 전면전 선언도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분간 진행된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기념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서방에 떠넘기기 급급했다. 서방이 먼저 러시아 영토를 노린 탓에 전쟁을 일으킨 ‘정당방위’였다는 변명만 구구절절 늘어놨다. 이번 침공을 나치 독일에 대한 ‘항전’으로 정당화하면서 전쟁을 끌고 갈 것임을 시사했다. 개전(開戰) 75일째를 맞은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된 전승기념일 연설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서방이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리의 영토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에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만든 탓에 특별군사작전이 필요했다”며 전쟁 당위성을 재차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의 침략을 막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자 ‘시기적절하고 올바른 결정’이라고도 주장했다. “미국과 그 똘마니(minion)들이 위협을 야기한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전쟁의 책임을 외부에 돌리며 침공 명분을 강조한 셈이다.
전쟁의 향방을 가늠할 언급은 없었다. 서방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전면전 선언’이나 ‘승리 선언 후 휴전’ 등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가를 깜짝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빗겨갔다. 개전 75일을 맞은 상황에서 전쟁의 ‘판’을 더 키우기도, ‘빈 손’으로 물러날 수도 없는 러시아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나토 관리를 인용, “러시아가 큰 피해를 본 만큼 전쟁 초반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막스 세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은 트위터에 “푸틴은 ‘승리’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장렬하게 싸우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마리우폴이나 다른 점령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의 긴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여섯 차례 언급한 점을 비춰볼 때 동부 지역 공략에 군사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닉 로버트슨 CNN방송 국제ㆍ외교전문 기자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 지역을 우크라이나 전체가 아닌 돈바스로 한정했다"며 “그의 연설은 러시아가 전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군은 이날도 남부 요충지 오데사에 순항미사일 4발을 발사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고전 중인 러시아 상황을 반영하듯, 열병식 규모는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동원된 병력은 약 1만 명으로 지난해(1만2,000명)보다 적은 규모다. 전투 차량 역시 지난해 191대에서 130대로 줄었다. 기상 악화로 공중 군사 퍼레이드가 모두 취소되면서 핵 공격을 견딜 수 있는 공중 지휘통제기(IL-80) '둠스데이'는 이날 등장하지 않았다. 전날 예행 연습까지 마쳤던 전투기 편대를 동원한 침공 상징 'Z' 비행도 없었다. CNN은 “행사가 예년과 달리 ‘로키(low-keyㆍ저강도)’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와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최근 시험발사에 성공한 신형 차세대 ICBM인 ‘사르마트’도 등장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도 항전을 다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승기념일 영상 연설을 통해 “나치즘에 승리한 날에 우리는 새로운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승리로 가는 그 길은 어렵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우리 영토의 단 한 조각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때(2차대전)도 이겼고 지금도 이길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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