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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훈련, 마리우폴 진압… 러시아 “돈바스 승리 선언” 카운트다운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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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이달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돈바스 점령 ‘승리 선언’을 하기 위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발트해 연안에서 핵 공격 모의 훈련을 하며 서방을 견제하고, 동남부 마리우폴에선 최후 저항지 아조우스탈 제철소 진압 작전에 나섰다. 초토화된 마리우폴 도심을 정리하며 ‘승리 행사’를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서방 군당국 예상대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전면전을 선포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나, 마리우폴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5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발사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참여 군인 수는 100명이 넘는다. 러시아 국방부는 “가상의 적국을 대상으로 미사일 발사대, 비행장, 기반 시설, 군사장비 및 지휘소 등을 타격하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장소가 칼리닌그라드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 너머로 스웨덴과 핀란드를 마주보고 있다. 두 나라는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추진 중이다. 나토 확장 움직임에 맞서 핵무기 전진 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또다시 ‘핵전쟁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개입할 경우 벼락처럼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핵 도발까지 감행하는 건 그만큼 러시아가 초조하다는 방증이다. 러시아군이 전승일에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성과가 별로 없는 탓이다.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조차 점령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 침공은 설득력을 잃는다. 마리우폴을 사실상 함락한 러시아가 마지막 남은 아조우스탈 제철소까지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 중인 아조우연대를 전멸시키면 ‘돈바스 승리’는 물론 ‘탈나치화’ 달성을 주장할 근거가 생긴다.
러시아는 며칠째 제철소에 쉼 없이 포탄을 퍼붓고 있다. 일부 병사들은 저지선을 뚫고 제철소 내부로 들어가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 해안에는 전함도 투입됐다. 투항을 압박하는 대신 본격적으로 무력 진압에 나선 것이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연대 사령관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고, 페트로 안드리우셴코 마리우폴 시장 고문은 “지금 이 세계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아조우스탈 제철소”라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러시아는 5~7일 사흘간 오전 8시(모스크바 시간 기준)부터 오후 6시까지 민간인 대피로를 개설하겠다고 통보했다. 진군에 걸림돌인 민간인을 모두 빼낸 뒤 좀 더 수월하게 제철소를 점령하겠다는 의도다. 제철소에는 어린이 30명을 포함해 아직도 민간인 200여 명이 남아 있다. 리처드 대너트 전 영국 참모총장은 5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전승일에 마리우폴 점령 선언을 하기 위해 남은 저항 세력을 제거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휴전 약속을 지킨다면 민간인 일부는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군인들의 앞날은 매우 암울하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군사 퍼레이드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들은 마리우폴 시내에서 시신과 불발탄을 치우고, 부서진 건물 잔해를 철거하는 작업 중이다. 푸틴 정부 고위 관리도 퍼레이드를 감독하기 위해 마리우폴에 파견됐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축복’의 중심지로 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승일 기념 열병식이 러시아 전역 28개 도시에서 열리며 군인 6만5,000명과 항공기 460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발레리 주차티 미국 캔자스대 유라시아연구소 조교수는 “러시아군이 이미 점령한 돈바스 지역들을 근거로 ‘예비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며 “그것이 푸틴 대통령에게도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5일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돈바스 공략을 위한 요충지인 루한스크주(州) 세베로도네츠크와 포파스나, 도네츠크주 리만 등에서 수차례 진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남부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외곽 지역을 탈환했고,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도 러시아군을 국경 쪽으로 밀어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한때 하르키우에 대한 공격이 하루 50~80건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2~5건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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