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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달러채 상환해 '디폴트' 모면…27일 다시 위기

입력
2022.05.04 16:54
수정
2022.05.04 17: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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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유예기간 만료 전 국채 2건 원금·이자 갚아
"동결되지 않은 외화 사용한 것으로 보여"

지난달 29일 러시아 중앙은행 모스크바 본부 건물 위에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러시아 중앙은행 모스크바 본부 건물 위에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 2건에 대한 이자와 원금의 송금을 완료하며 다시 채무상환불이행(디폴트) 위기를 피했다. 하지만 이달 중으로 2건의 국채 이자 지급이 추가 예정돼 국가부도 위험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달러채 2건과 관련해 최근 국채 보유자들에게 이자와 원금을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두 명의 채권 보유자의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러시아가 상환에 이용한 자금의 출처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 미국 고위 관료는 러시아가 미국에 동결된 자산을 이용해 상환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러시아가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화 보유액을 끌어 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외화 보유액 6,400억 달러(약 810조 원) 중 해외 은행에 예치한 4,000억 달러가 동결된 상태다.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당해 국제 송금도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지난달 6일 2022년 만기 국채 이자 및 원금 상환액과 2042년 만기 국채 이자까지 총 6억4,900만 달러를 루블화로 지급하려 했지만,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 감독 기구인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가 이를 '상환 실패'로 규정하며 디폴트 위험이 초래됐다. 달러화 표시 채권은 달러를 통한 이자 상환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예기간 30일이 만료되는 이달 4일, 러시아의 국가부도 위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가 당시 달러화를 송금하지 못한 건 미국 정부의 지시로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이 결제를 거부한 탓이다. 미 정부는 2월 자국 금융기관에 러시아 중앙은행·재무부와의 거래를 금지했다. 다만 러시아 국채 보유자에 대한 이자 등의 지급은 이달 25일까지 일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사이먼 웨버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러시아가 아직 동결되지 않은 자산을 유로본드 상환에 사용해 (가용)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미 재무부는 (러시아의 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금액은 주로 에너지 수출을 통해 러시아에 매달 유입되는 외환 규모에 비춰보면 큰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오는 27일에도 2016년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과 2021년 발행한 유로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미 재무부의 송금 예외 허용 조처가 만료된 뒤다. 블룸버그통신은 해당 조처가 연장되지 않으면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 내 국채 보유자들에게 채권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보도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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