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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보완할 사개특위 보이콧은 안 된다

입력
2022.05.05 04:30
23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의원총회 형식의 '검수완박' 규탄 집회를 연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오대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의원총회 형식의 '검수완박' 규탄 집회를 연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청법 등 개정이 입법을 서두르는 바람에 보완할 과제를 적지 않게 남겼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3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처리한 뒤 여러 우려의 의견이 있다며 "사개특위에서 충실하게 보완하길 당부한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업무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논의가 시급하다. 중수청을 지금 검찰처럼 법무부 외청으로 둘지, 경찰처럼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으로 할지, 아니면 독립기관이 합당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모델로 삼아 조직을 꾸릴 경우 수사관 확보, 수사 능력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형소법 개정으로 고발인 이의신청이 배제된 것은 재검토가 마땅하다. 고발 남용을 막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경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항할 여지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 중수청 설립까지 어쩌면 상당 기간 중대 범죄 수사를 맡을 수도 있는 경찰의 과도한 수사 부담이나 수사 역량 퇴보는 어떻게 보완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비대한 경찰 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더 큰 과제다.

이런 논의를 위해 연말까지 시한이 정해진 국회 사개특위의 생산적인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밀어붙이기식 '검수완박'에 불만을 품은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구성에 반대한 것은 물론 향후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검찰 개혁 입법이 비록 절차상 무리가 있었지만 사개특위 논의를 마냥 보이콧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국민의힘이 궁극적으로 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버팀목으로 중수청 설립을 저지하려 한다거나, 그럴 경우 검찰에 남겨진 부패·경제 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확대해 검찰 권한을 억지로 키우려는 속셈이라면 이 또한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검찰개혁의 방향을 되돌리라는 것이 국민 여론은 아니지 않은가. 사개특위 불참으로 보완 입법 논의를 무력화하는 것 역시 서민과 약자를 울리는 데 일조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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