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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투자전문가의 제 몸값 직접 번 옵션거래,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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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그래도 트럼프가 나치나 중국, 소련보다는 낫지 않아요?”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 닉이 묻는다. 무장단체는 답하지 못한다. 앞선 질문에서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신자유주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자본주의를 의미했다. 2022 연극열전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을 보면서 계속 맴돌던 질문이 있다. “자본주의는 악한가?, 결국 파괴로 이어질 것인가?”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의 감옥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해 질문한다. 파키스탄에 파견 중인 투자전문가 닉은 무장단체에 납치당한다. 단체의 무리한 몸값 요구에 회사나 미국 정부는 무장단체와 거래할 생각이 없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닉은 더 폭력적인 무장단체에 넘겨져 참수될 운명이다. 닉은 자본주의에 밝은 능력을 이용해 단체가 요구하는 금액 이상을 벌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종교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공동의 목적을 갖고 이슬람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던 이 단체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변질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연극의 묘미다. 자본주의는 아편 연기처럼 서서히 이들의 삶 속에 스며들며 의식을 바꾸어 놓는다. 닉은 파키스탄의 시장 상황을 이용해 미래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옵션거래로 이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막대한 돈을 벌게 해준다. 이슬람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평생을 희생해 온 무장단체의 수장 이맘 살림은 서서히 사유재산이 주는 기쁨에 눈을 뜨게 되고 소유의 욕망에 빠져들면서 돈을 횡령한다. 평범하고 순수했던 어린 조직원 다르 역시 돈의 강력한 힘을 맛본 후 포악해져 간다. 닉의 옵션거래를 도우며 자본주의 시스템에 눈을 떠가는 무장단체 조직원 바시르는 자본의 힘에 도취되어 간다. 미국인 닉이 자본주의에 빠져 있는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보지 못한 것처럼 바시르도 보이지 않았던 손에 휘둘리고 있는 자신을 보지 못한다.
연극의 서사는 무장단체의 감옥 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평온했던 이슬람 공동체 집단은 자본주의의 첨병 투자전문가 닉을 납치하면서 혼란과 분열, 무질서의 상황으로 빠진다. 침대 하나만 단출하게 놓여 있던 공간은 닉이 투자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서들이 벽을 메우고, 새롭게 들여온 책상과 탁자 위에서는 온갖 서류로 가득하다. 이맘이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드러난 이후 벽에 붙은 서류와 탁자 위 문서들은 사방으로 뿌려지고, 물건들이 늘어났지만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던 감옥은 찢긴 서류와 이맘의 핏자국으로 얼룩진다. 평온했던 감옥은 카오스(혼돈) 자체가 되어 버린다.
이맘이 이끌던 이슬람 단체는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무장을 했지만 먼저 직접적인 폭력을 감행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에 눈을 뜬 바시르는 투쟁을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단서를 달고 테러를 감행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 이슬람 공동체 안에서 믿음과 질서를 유지했던 집단은 보이지 않는 손이 어지럽히는 대로 빠르게 오염되고 훼손된다. 바시르가 이끄는 이슬람 단체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띠게 된다. 닉은 풀려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훼손한 이슬람 공동체를 보며 자본주의의 파괴와 갈등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떠올린다.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를 파괴로 향하는 암덩어리 존재로 바라본다. 자본주의의 비판적 시각은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과연 자본주의는 갈등과 파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까. 근래에 주목받기 시작하는 이타적 자본주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경제적인 소재가 사용되고, 간단하지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닉과 바시르 등 인물 간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 구도나 탄탄한 플롯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은 6월 30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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