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키이우의 유령'은 없었다... 우크라 "공군의 집단 이미지" 공식 인정

입력
2022.05.03 15:42
수정
2022.05.03 16:03
17면
구독

러 전투기 40기 이상 격추했다던 타라발카 소령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리며 우크라 국가 영웅으로
3월 전사 소식 알려지자 "모든 조종사들 뜻한다"
NYT "이번 전쟁서 가장 성공한 선전물 중 하나"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리는 기체의 비행 모습. 트위터 캡처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리는 기체의 비행 모습. 트위터 캡처


러시아 공군 전투기 수십 기를 격추한 것으로 전해졌던 우크라이나 공군 에이스 ‘키이우의 유령’이 실존하지 않는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식 인정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키이우의 유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창조한 가상의 영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렸던 스테판 타라발카 소령은 러시아 전투기 40대를 격추한 적이 없다”며 “그간 알려진 키이우의 유령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키이우의 하늘을 지키는 40전술항공여단 조종사들의 집합적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군인 한 명의 영웅적 행보가 아닌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의 성공적 방어 체계라는 얘기다. 실제 군 당국은 “키이우의 유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모든 조종사를 뜻한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는 영국 더타임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타라발카 소령이 지난 3월 13일 러시아 전투기들과의 공중전 도중 전사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한 후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직후인 2월 27일 타라발카 소령이 러시아 전투기를 연이어 격추하는 영상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키이우의 유령’ 신화를 만들어 냈다. 막강한 화력의 러시아군에 맞서는 자국 군인의 활약상을 통해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함이었다.

타라발카 소령의 영웅담은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러시아 항공기 190기 중 40기 이상을 그가 홀로 격추했다는 미확인 소문으로 비화했고, 이후 지금까지 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타라발카 소령이 전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가 영웅의 사망이 국민들과 군인들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집합적 이미지’라고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가 ‘신화’를 만들어낸 이유는 전시에 흔한 선전전의 일부로 풀이되고 있다. 새뮤얼 울리 텍사스대 교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독재정권으로부터 공격받을 때 나라를 하나로 뭉치기 위해 선전전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군사전문가는 영국 BBC방송에 “영웅담은 사기를 올리도록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북돋운 ‘키이우의 유령’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성공적인 선전물 중 하나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욱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